신은 콧구멍이 크다
김남호
아침부터 어느 집에선가 갈치 굽는 냄새가 구수하다
내가 학습한 이승의 냄새는 비리고 역한데
이런 냄새는 도대체 무슨 흉계인가
새벽이 쓸고 간 아파트 주차장을 내려다본다
빗자루가 무심코 흘린 쓰레기처럼
아침개 몇 마리가 흩어져 있다
허기진 그들의 입은 아침부터 저물고
말려 올라간 꼬리 밑으로 드러난 똥구멍은 어둑하다
나는 짐짓 신의 눈으로 그들을 굽어볼 뿐
다 안다, 말하나 안 하나 다 안다
냄새만 맡아도 다 안다
네놈 속을, 네놈 똥구멍까지도 다 안다
어젯밤 벌겋게 취한 그 선배가 나한테 쏟아낸 말이다
그도 신이었을까?
굽히다 만 갈치 한 토막이 시동을 걸고
서둘러 주차장을 빠져나가자
비릿한 냄새가 4층까지 올라온다
순간 뜨거운 해장국처럼
냄새는 이승을 회복한다
신은 콧구멍 하나로 신이다
ㅡ<한국동서문학>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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