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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실

신은 콧구멍이 크다 / 김남호

작성자김남호|작성시간20.05.14|조회수100 목록 댓글 2



신은 콧구멍이 크다

김남호 

 

 

아침부터 어느 집에선가 갈치 굽는 냄새가 구수하다

내가 학습한 이승의 냄새는 비리고 역한데

이런 냄새는 도대체 무슨 흉계인가

 

새벽이 쓸고 간 아파트 주차장을 내려다본다

빗자루가 무심코 흘린 쓰레기처럼

아침개 몇 마리가 흩어져 있다

 

허기진 그들의 입은 아침부터 저물고

말려 올라간 꼬리 밑으로 드러난 똥구멍은 어둑하다

나는 짐짓 신의 눈으로 그들을 굽어볼 뿐

 

다 안다, 말하나 안 하나 다 안다

냄새만 맡아도 다 안다

네놈 속을, 네놈 똥구멍까지도 다 안다

 

어젯밤 벌겋게 취한 그 선배가 나한테 쏟아낸 말이다

그도 신이었을까?

 

굽히다 만 갈치 한 토막이 시동을 걸고

서둘러 주차장을 빠져나가자

비릿한 냄새가 4층까지 올라온다

 

순간 뜨거운 해장국처럼

냄새는 이승을 회복한다

 

신은 콧구멍 하나로 신이다

 

 


   ㅡ<한국동서문학>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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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진효정 | 작성시간 20.05.15 퇴근길에 터벅터벅 계단을 오르는데 층층이 새어나오는 반찬 졸이는 냄새로 현기증이. 콧구멍이 큰 食神께서 강림하셨던가 봐요.
  • 작성자시에 | 작성시간 22.08.19 선생님 시에 뭐라고 글을 달까?
    달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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