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반짝이는
남유정
몰려가던 바람이 그물을 쳐놓았다
낭창 휘었다 탄력을 회복하는 거미줄
구름 이파리들도 짧게 꼬리 친다
푸른 하늘에 헤엄치는 건 은사시 정어리 떼다
혹등고래들이 뿜어 올린 공기방울 울타리 속으로
흩어졌다 모였다 구름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격렬한 몸짓으로 돌진하는 무리
우리 삶도 격렬비열 저러하다
흔들릴 땐 단도직입 빛을 향해 진격할 일이다
빛 길은 어떤바람에도 꺾이지 않는다
흔들리고 출렁이다 휠뿐
그 속을 한결같이 헤엄치는 물결
오십 년이다. 권태와 졸음을 떨치고
스스로 빛이 되어 저어가는 오후3시
나도 저렇게 반짝이며 헤엄쳐 왔다
조금 전 인생 3막이 시작되었다
사랑 하나, 세월 하나,
무심히 건너가는 중이다
<시와 경계 2018. 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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