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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낭독

이병주 소설 <허균> 낭독 / 현정희

작성자진효정|작성시간20.09.10|조회수136 목록 댓글 0


 

이병주 장편소설(허균 - 광란의 굴절중에서..)

 

광음은 쏜 화살과 같다는 것은 누가 한 말인가.

춘추곡 하동암에서의 세월도 빨랐다. 허균은 몰두할 수 있었다.

원래 몰두할 줄 아는 자질이 있던 것이다.

해가 바뀌었다,. 신묘년

백설이 덮인 하동암에서 젊은 청년들이 그들의 포부를 위해 자축의

잔치를 열었다. 이때 허균이 읊은 시에 이런 것이 있다.

 

志有開路 路即有至 지유개로 노즉유지

至所何處 天地眼下 지소하처 천지안하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린다. 그 길은 이르는 곳이 있다.

이른 그곳이 어디냐, 천지가 눈 아래 있는 곳이다.)

 

어느덧 2월에 들어섰을 때 한양에서 기별이 왔다.

허균은 기별을 받은 그 이튿날 서울로 떠났다.

 

 

 

그런데 서울에 도착하니 뜻밖의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 허성이 전판관 성천지와 같이 체포되어 동래부에 구금되어 있다는 소식이었다. 마른하늘에 벼락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 무슨 일이냐.’

곧 형조에 알아보니, 전일에 허성이 대장장이를 정여립의 집으로 보내 무기를 만들게 한 적이 있다고 밀고한 사람이 있어 동래부사로 하여금 그가 돌아오자마자 체포케 한 것이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는가, 만리타국에 갔다 온 사람을 위로는 못할망정 감옥에 잡아 가두다니,’

 

허균은 아무리 생각해도 형이 정여립의 집에 무기를 만들게 하기 위해

대장장이를 보냈다는 것은 틀림없이 무고라 생각되었다.

 

 

 

허성의 성격을 봐서도 그렇고 주위의 사정을 봐서도 그러했다. 그렇다면 어떤 놈의 모함일까. 허균은 그 놈을 알아내기만 하면 당장 박살을 내리라고 이를 갈았다.

허균은 이를 갈고 부산포를 향해 떠났다.

 

하루 백 리씩을 걸어 허균이 부산포에 도착한 것은 215일이었다.

도착한 즉시 동래부로 가서 동래부사에게 면회를 요청했다.

허엽의 아들이며 허성의 아우라고 하자 동래부사는 쾌히 면회요청에 응해주었다. 면회한 자리에서 균은 형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첫말이 당신 형은 이곳에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없으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허균이 대들 듯했다.

동래부사는 웃음을 머금고 “:혐의가 없음이 밝혀져 엊그제

석방되었다고 했다

만신의 힘이 탁 풀렸다.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장도를 걸은 피로가

일시에 엄습해왔기 때문이다.

 

혹시 심한 국문을 받으시진 않았을까요?”

나라를 위해 먼 길을 다녀온 분에게 심한 국문이 있었겠는가!”

하고 동래부사는 모두가 나라의 불운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동래부사의 호의 있는 태도에 힘입어 허균은

도대체 어떤 죄목으로 형님이 붙들린 겁니까?”

내 입으로 말하기 싫소, 그러나 저러나 혐의가 풀렸으니까 그런 것에

구애하지 말고 형 되시는 분의 몸이나 잘 돌봐드리소,”

 

 

 

고맙습니다.”

 

이때의 동래부사는 고경명이다.

 

허균은 형님 성을 모함한 사람이 정철 일파일 것이라 짐작하고

서울에 돌아가기만 하면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보복 할 것이라 결심했다.

 

균의 말을 듣자 성이 펄쩍 뛰었다,

이번의 일은 정철과 전연 관련 없는 일이다.

그리고 지나간 일이니 그 일을 갖고 왈가왈부해선 안된다.

박빙여리라는 말을 모르느냐, 참으로 세상은 험하다.”

 

성은 균의 손을 붙잡고 간곡하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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