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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낭독

이병주 소설 <지리산> 낭독 / 최경애

작성자진효정|작성시간20.09.10|조회수325 목록 댓글 0


 




 

지리산- 7권 추풍, 산하에 묻다 (가을바람 산하에 불다 중에서)

 

남부군은 기백산에서 황석산으로 옮겼다. 거기서 며칠 머무른 뒤 남계천을 건너 덕갈산으로 이동했다. 덕갈산은 거창, 함양, 산청 3군의

접경에 있는 산이다.

덕갈산을 본거로 보급 투쟁도 하고 경찰대와 소전투도 했다

다시 능선을 타고 갈천, 철마, 보록의 연봉을 답파하여 합천군에 있는 황매산에 도착했다.

한 달에 걸친 이동 중에 수많은 전투를 겪어야만 했다. 혹서라고

할 수 밖에 없는 더위가 계속되고 밤에는 모기떼의 습격이 있었다.

때론 전투가 수일 동안 계속되기도 했다

철마산에서 이태는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겼다

보초로 나갔던 이태는 경찰대의 척후 10여명이 바로 눈 아래 산밑에서 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대단한 병력이 아니기도 해서 그들의 행동

방향을 보다 확실하게 파악하고 나서 보고하려고 했는데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수면 부족이 며칠씩 계속되고 보면 덮치는 수마를 이겨낼 방법이 없다. 빨치산이 생포되는 것은 정신 없이 잠에 빠져든 경우다.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경찰의 척후대는 이태가 잠들어 있는 곳 바로 밑을 가로질러 저쪽 산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이 만일 두세 걸음 위로 올라왔더라면 어떤 일이 생겼을지 몰랐다. 어떤 간부가 보급

투쟁 나갔다가 돌아오는 도중 길 옆 풀밭에서 곯아 떨어져 생포된

사건이 있었다. 빨치산 보초가 졸기 쉬운 까닭은, 정규군의 입초처럼 서 있지 않고 앉거나 엎드려 있어야 하는데다가 밤새 보급 투쟁을

하기 때문에 언제나 수면 부족이 겹치기 때문이다. 박태영이 특히

가회전투를 회상한 것은, 그 전투의 양상이 치열하기도 했지만, 그때 자칫했으면 생포당할 뻔했기 때문이다. 전투가 있게 되면 전투원은

경장을 하고 환자와 쇠약자는 전투원들의 짐을 맡아주게 돼 있다.

박태영은 수일 동안 설사를 하고 있어서 가회전투 때엔 짐을 맡는

축에 끼였다. 전투가 끝나자 박태영등은 노획한 무기와 탄약을 운반하기 위해 전투가 있었던 현장으로 갔다. 그런데 그 참상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이었다. 수십구에 이르는 경찰관의 시체가 줄줄이 널려 있어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그런 만큼 노획물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있다. 구경이 각각 다른 박격포가 몇 문 있고, 탄약도 많이 있었다. 남부군이 주로 사용하는 60밀리 박격포였다. 81밀리는 너무 무거워 빨치산이

사용하기에 거북하고, 40밀리는 위력이 약하기 때문이었다. 박태영은 60밀리 박격포를 끌고 오는 임무를 맡았다.

어는 지점에까지 왔을 때 박태영은 경사진 풀밭에서 미끄러졌다. 그런데 박태영은 일어나지 못하고 끙끙 앓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른다.

강한 총격이 어깨에 느껴졌다. 그러나 그건 몽롱한 의식 속의

느낌일 뿐, 잠에서 깨어나진 않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스르르 눈이

뜨였다. 주위가 환히 밝아져 있었다. 근처에 몇 사람이 서 있는데,

경찰대원이란 걸 직감했다. 숨을 죽였다. 경찰대원들의 말이 들려왔다.

죽었어

그래도 한 방 쏘아버리지

아직 이 근처에 놈들이 있을지 모르니 총소리를 내는 건 위험하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소리가 들렸다.

박태영은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새벽이어서 먼 곳까진 시야가

트이지 않았다. 끌어다놓은 박격포는 흔적도 없었다. 살며시 언덕 밑을 기어 대강 방향을 정해 근처 산으로 들어갔다. 거기에 315부대가

매복한 채 쉬고 있었다. 박태영은 위기를 모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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