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낭송/낭독

이병주 소설 <8월의 사상> 낭독 / 김태근

작성자진효정|작성시간20.09.10|조회수171 목록 댓글 0



 

나는 노예였다 -이병주

      

사자는 사자시대의 향수를 지니고 있다.

독사는 독사시대의 향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너는 도대체 뭐냐

용병을 자원한 사나이

제 값도 모르고 스스로를 팔아버린

노예.

 

그러니

너에겐 인간의 향수가 용인되지 않는다

지금 포기한 인간을 다시 찾을 순 없다

갸륵하다는 건 사람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말의 노예가 되겠다는

너의 자각이라고 할까.

먼 훗날

살아서 너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더라도

사람으로서 행세할 생각은 말라

돼지를 배워 살을 찌우고

개를 배워 개처럼 짖어라

 

고 적어놓은 네 수첩을 불태우고

죽을 때 너는 유언이 없어야 한다.

 

헌데 네겐 죽음조차도 없다는 것은

죽음은 사람에게만 있다는 것이다.

죽을 수 있는 것은 사람뿐이다.

그 밖의 모든 것, 동물과 식물, 그리고 너처럼

자기가 자기를 팔아먹은, 제값도 모르고 스스로를 팔아먹은

노예 같지도 않은 노예들은 멸하여

썩어 없어질 뿐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