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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낭독

이병주 소설 <8월의 사상> 낭독 / 김태근

작성자진효정|작성시간20.09.10|조회수154 목록 댓글 0



 

나는 노예였다 -이병주

      

사자는 사자시대의 향수를 지니고 있다.

독사는 독사시대의 향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너는 도대체 뭐냐

용병을 자원한 사나이

제 값도 모르고 스스로를 팔아버린

노예.

 

그러니

너에겐 인간의 향수가 용인되지 않는다

지금 포기한 인간을 다시 찾을 순 없다

갸륵하다는 건 사람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말의 노예가 되겠다는

너의 자각이라고 할까.

먼 훗날

살아서 너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더라도

사람으로서 행세할 생각은 말라

돼지를 배워 살을 찌우고

개를 배워 개처럼 짖어라

 

고 적어놓은 네 수첩을 불태우고

죽을 때 너는 유언이 없어야 한다.

 

헌데 네겐 죽음조차도 없다는 것은

죽음은 사람에게만 있다는 것이다.

죽을 수 있는 것은 사람뿐이다.

그 밖의 모든 것, 동물과 식물, 그리고 너처럼

자기가 자기를 팔아먹은, 제값도 모르고 스스로를 팔아먹은

노예 같지도 않은 노예들은 멸하여

썩어 없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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