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왕오징어
정민기
어둠을 뿜어댄 채
거대한 몸통을 움직이느라
그는 몇 개의 긴 발을 꿈틀거린다
어기적어기적 걷는 달
아무래도 충전이 덜 된 듯
빛이 절반 정도 들어오지 않았다
눈빛은 초롱초롱하게 기억하고
그것들은 반짝거리고 있다
험난한 구름 산맥을 넘고 넘느라 지친
바람의 졸개들이 연신 하품한다
예전을 그리워하는 처절한
저 얽히고설킨 기억이 차고도 넘쳐
등골의 땀줄기처럼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
사방으로 분산된 어둠이라는 강물
이따금 번쩍하는 도끼날에 금이 간다
마음 따라 쩍쩍 갈라지기 시작한다
세차게 쏟아지는 그리움 고스란히 맞고 나니
축축하게 젖어 오들오들 떨리는 이 시간,
거친 숨소리마저 이내 잦아들고 있어
들썩거리는 바람을 어둠 속에서 쐬고 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거꾸로 자라난 번개처럼 뿌리째 뽑혀
넘어질 것만 같은 그런 밤의
대왕오징어 한 마리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적대봉 봉화대 곁에서』 등, 동시집 『산골 두음분교 아이들은』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중등 인정 교과서 과학 1(금성출판사, 2013~2017)에 동시 「고드름」 수록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축정1구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