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을 위하여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1」을 읽고
지은이 : 이상석
펴낸곳 : 친 구
펴낸날 : 1988. 7. 10
읽은날 : 1998. 9. 24 ~ 28
이상석 선생님이 쓰신「사랑으로 매긴 성적표2」를 읽고 그 감동을 계속 이어가고자 다른
책에 대한 욕심을 억제하고 이 책을 들어 읽었다. 2권에서와는 달리 1권에서는 교사로 있으
면서 학급에서 일어나는 사례들을 중심으로 글을 써나가셨다.
가정방문을 하면서 촌지를 받았다가 아이들에게 솔직히 고백하며 안받기로 결심하고 학부
모들을 회유시키도록 아이들을 설득시킨 일,
전학와서 경쟁적인 학생들의 태도와 그런 학교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하다가 쓸쓸하게 다시
전학을 가는 아이를 무심히 보낸 아이들을 놓고 어떻게 친구를 떠나보내는지에 대해 알려줬
던 일,
경쟁 일관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 사회 속에서 학생들을 어찌 할 수 없어 가스저렸던 일,
가출과 급우들의 금품을 갈취하던 학생을 학생들 스스로가 학급재판을 통해 잘잘못을 가리
고 사면해준 일,
교사 초년 시절에 멋모르고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두고두고 한이 된 일,
아이들의 무성의한 반복되는 실수로 마음이 상해 담임을 안 한다고 하고 혼자 고민하다가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체하며 다시 교실에 들어선 일,
정말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귀한 사랑의 현장이라는 것을 느낀다.
또 하나 선생님이 학급을 운영하시며 특히나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하여'를 강조하시며 하셨
던 일을 학급경영사례로 남겨 놓으셨는데 훗날 내가 교사로 섰을 때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선생님은 학기 시작하는 첫날 자신의 지도관을 밝히면서 가능하면 아이들이 교사를 두려워
하지 않도록 하면서 마음을 열도록 하기위해 벽을 허무는 작업을 하신다고 했다. 나는 아이
들과 처음 만날 때,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처음부터 아이들을 확 잡아놓아야 한다는 생
각과 아이들을 온화함으로 대해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아직도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둘다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생각은 동일하다고 본다. 다만 그 방법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인데, 이
는 좀 더 생각하며 현장에 나가기 전에 결정을 보든가, 아니면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결
정을 볼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시작된 학기는 우선 자기소개를 하도록 학기초에 시간을 할애한다. 수업 후 몇 명
씩 나와서 자신을 소개하기도 하고 게시판에 돌아가며 자신을 알리는 글을 써놓기도 하는 방
법이 있는데, 어쨌든 서로를 알아가면서 한 반으로서 서로 친해지는 계기가 된다.
가정방문에 대해서는 나도 전적으로 찬성하는 쪽이다. 하지만 오늘의 부정적인 세태가 이
렇게 좋은 교육방법을 지나치도록 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낸 일의 전형적인 사례다.
그리고 개사하여 다같이 만드는 반노래, 함께 어울어지는 대동놀이와 경쟁심을 없애고 서
로 돕고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공동학습 등을 통해 아이들이 더불어 사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것 또한 많이 와 닿았다.
판에 박힌 학급회의를 넘어 진정 필요하고 의문이 가고 비판할 수 있는 주제들을 선정하여
토론의 시간이 되는 귀중한 시간으로 만든 것 또한 귀중한 작어이라 할 수 있다.
아침, 저녁 시간의 아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아이들로 하여금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청소하는 일은 참 보기 좋았다. 더군다나 감독의 입장이 아
니라 자신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했던 모습이 더 좋았다.
천편일률적인 학급 게시판을 아이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꾸미도록 함으로써 의사표현의 자
유를 누리게 하였으나, 후에 이일로 인하여 윗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곤경에 처한 일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에게는 언젠가 정말 정직하고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 일들을
꺼려 왔다. 에덴 이후로 자신의 치부를 가려왔고 책임을 전가시켜 온 현실 속에서 진실한 모
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참으로 용기가 필요하다.
모둠일기를 쓰고 글짓기가 아닌 글쓰기를 통해 학급 문집을 발간한 일도 내가 흉내내 볼
일이다.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기 위해 매일 돌아가면서 자습시간에 학생들에게 편지를 쓴다든
가 따로 한적한 곳에서 학생들을 만나 정겹게 상담을 한다든가 하는 것은 아이들을 잘 알 수
있고 교육적인 효과도 높으리라 생각된다.
종업식 때 함께 어우러지면 아쉬움을 뒤로 하면서 나눈 정들은 앞에서의 모습들이 없이는
불가능했으리라 본다.
문제는 사랑과 행함이라고 생각된다. 어찌든지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저버려서는
안된다. 아이들은 느낀다. 자신들에 대한 교사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정말 사랑이 아니면 아
무 것도 하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는 진정 의미가 있다. 이러한 글들을 대할 때마다 두려움
반, 흥분 반 뒤섞인다. 그러나 두려움도 의미없고, 단순한 흥분은 더더구나 의미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바로 이해하고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진실한 삶을 살아가고 서로 더불어 살아
가도록 실제 현장에서 이끌어 가는 것이다.
하나님의 양들을 맡은 목자로 나를 위하는 삯군 목자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나부터
진실하고 정직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성실하게 준비된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고 진
정 사랑이 아니면 아무 말도, 아무 행함도 하지 않는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몸부림쳐야
할 것 같다. 아마 교사는 뼈가 아픈 나날들을 보내지 않고서는 선생이라 할 수 없을지 모르
겠다. 가슴 터지는 벅찬 감동을 느껴보지 못한다면 선생이라 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사랑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할 수 있겠는가. 여기 이상석 선생님의 것인지 다
른 누군가의 것인지 모르지만 이 책 속에 있는 교사의 기도를 적으며 이 책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자 한다. 내가 훗날 교사의 기도를 하기 전까지는 내게 의미있는 기도가 될 듯 싶다.
오, 주님.
배반자의 쌀쌀한 얼굴도 마다 않으신 당신의 그 친절을 나에게도 주시어
가면 뒤에 숨어있는 고독한 영혼을 보게 하소서
나에게 통찰력을 주시어
나는 어른이라는 것과 이 젊은이들을 나만큼 자제력도 없으며
그 원하는 바도 다르다는 것을 올바르게 인식하게 해 주소서.
학생들을 훈육하되 언제나 친절을 잃지 않게 해 주소서.
모든 지식을 다 갖추고 있더라도 사랑이 없으며
나에게 아무 유익이 없사오니
사랑을 꼭 실천해야 된다는 것을 배워 알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