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 한입만 먹어봤으면…. 유년시절 소시지는 부잣집 도련님 도시락 반찬이라 불리던 아련한 기억의 산물이다. 친환경, 유기농, 슬로푸드 등을 외치며 건강한 먹거리 운동이 일고 있는 현재 소시지는 지방함량이 높아 정크푸드 즉 싸구려 정식이라 불리는 인스턴트의 대표 주자로 인식되고 있어 엄마표 건강밥상에서 소외되고 있다. 그러나 명곡 파브르체험농원 내 위치한 조아저씨의 수제햄소시지는 엄마들의 달콤한 요청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자식을 아끼는 엄마들의 까다로운 조건에 당당히 합격점을 받은 천연재료 100%의 무첨가제 자연식 소시지. 지난 21일 따뜻한 밥 생각이 간절해지는 훈연향 가득한 체험장에서 자연식 수제 소시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조현창씨를 만나봤다. | | | 조현창씨가 앵무새 알록이에게 포도를 먹이고 있다. |
소시지 연구로 바쁜 나날 쪽빛 하늘 아래 울창한 숲을 마주한 파브르체험 농원 한편에 조아저씨의 수제 소시지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소시지. 소시지.' 조씨와 놀기 위해 날아온 앵무새 알록이가 수제 소시지를 홍보한다. 알록이는 체험농원을 찾는 이들의 인기스타이지만 알록이의 애정은 오롯이 조 씨에게로만 향한다. 같은 종이 없어 친구를 사귀지 못한 알록이는 조 씨가 함께 놀아주기만을 기다린다. "알록이하고 자주 놀아주고 싶지만, 할 일이 많아 여유롭게 놀아줄 시간이 없네요." 체험 이외의 시간은 돼지를 돌보거나 텃밭을 가꾸고 소시지를 연구한다. 조씨는 알록이에게 포도 2알을 먹이고 체험장으로 들어섰다. 소시지 훈연향이 가득하다. 따뜻한 밥 한 숟갈 위 맛있는 소시지 한 조각이 은연중에 떠오른다. | | | 소시지를 훈연시키는 사진. |
건강한 먹거리 인식 전도 조씨는 "100% 무항생제 국내산 돼지고기와 100% 천연재료만을 사용한 제품"이라고 수제소시지를 설명했다. 체험장 양 옆에 걸린 상반된 장면의 돼지 사진으로 올바른 먹거리 강의가 시작된다. 왼편 돼지우리 속 사료로 키워지는 돼지사진과 오른편 자연의 풀을 먹고 자라는 무항생제 흑돼지 사진으로 소시지 주 재료에 대한 설명과, 뒤편 시판용 햄과 수제 소시지 성분표로 강의는 마무리 된다. 무방부제, 무발색제, 무MSG, 무인산염, 무아질산나트륨까지. 이러한 화학성분이 시판용 햄에 들어가는 이유와 수제 소시지에 사용되지 않는 이유의 결부로 체험자들의 건강한 먹거리 전도를 실시한다. | | | 소시지를 만든 아이들이 소시지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아토피 유발 코치닐 색소 "시중 소시지의 식욕을 돋우는 붉은색은 코치닐 색소를 사용하죠. 선인장에 기생하는 연지벌레에서 추출한 색소인데 유럽에서는 이 색소가 부작용을 일으켜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코치닐 색소를 많이 먹게 될 경우 두드러기, 비염, 천식, 아토피 등 각종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의심물질로 소비자보호원에서는 이 색소가 알레르기성 과민성 쇼크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임상결과 발표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코치닐 색소는 현재 소시지를 비롯해 딸기우유 등의 붉은색 식품과 천, 화장품을 염색하는 염료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 | | 조현창씨가 소시지를 만들고 있다. |
아토피 치료제 자연식 조 씨는 천연재료 수제소시지 제작 동기로 둘째 딸의 아토피를 들었다. "둘째 딸이 2살 때 아토피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당시 쥴릭파마코리아(다국적 의약품 전문 유통업체)에서 재직하고 있을 때라서 좋은 약을 손쉽게 구해 먹였죠. 효과 좋다는 약도 당시 뿐 완전히 치료시키지 못했어요." 이후 조 씨는 마지막 방안으로 먹거리 개선을 통해 아이의 아토피 치료를 계획했다. 재택근무와 좋은 복지 조건의 직장 덕에 여유롭게 요리를 배우러 다니며, 아이들에게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자연식 요리를 만들어 먹였다. 이후 점차 아토피가 가라앉더니 말끔히 치료됐다. "자연식 요리에 입맛이 길들여져서 시중에 파는 음식들은 잘 못 먹어요. 과자나 아이스크림, 빵 등 간식도 제가 만들어 주죠." | | | 체험장을 방문한 어린이들가 피자를 만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무항생제 소규모 축산
그러나 조 씨가 아이들에게 만들어 줄 수 없는 음식이 한 가지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삼겹살 등의 고기류이다. 양념은 자연식으로 만든다하더라도 고기의 원육은 조씨 스스로 만들 수 없었다. "고기를 먹고 나면 아토피 때문에 항상 밤잠을 설치며 괴로워했어요. 그렇다고 좋아하는 고기를 안 먹일 수도 없고 고민이 많았죠. 그러던 중 우연히 소규모 자연축산 돼지고기를 먹게 됐는데 아토피가 생기지 않았죠." 대량 사육되는 돼지는 항생제와 성장촉진 GM 배합사료를 먹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소규모 자연축산 돼지는 농산물 부산물과 자연에서 자란 계절 산야초 등을 먹고 천천히 자라나 건강한 지방질을 함유하고 있다. 조 씨의 마지막 목표는 건강한 돼지를 기르는 소규모 자연 축산이다. "적게 벌고 편하게 일하며, 100세까지 할 수 있는 평생직장을 찾던 중 소규모 자연축산을 꿈꾸게 됐습니다." 그러나 삼겹살과 목살 등의 수요가 많은 부분 이외의 부위는 처리가 힘들어 조 씨는 그 대안으로 소시지를 고안했다. | | | 조현창씨가 기르고 있는 흑돼지. |
자연이 키우는 축산 사료값이 인상돼 축산농가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다. 산지 고기값은 줄어든다는데 정육점에서는 값이 내려가지 않는다. 그러나 조 씨에게는 농가의 이러한 고민이 하등 문제되지 않는다. 사료 값이 얼마인지, 시중 돼지 값이 얼마인지 따지다 보면 어느 샌가 농부가 아닌 장사꾼이 되고 만다. "소규모 자연 축산은 풀 한 포기 베어 돼지에게 먹이면 사료 값이 줄고, 계절이 주는 산야초로 건강히 자라고, 큰돈 들여 별도의 축사를 짓지 않으니 축사비도 절감시킬 수 있습니다. 적게 벌고 편하게 산다고 했지만, 건강한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이 많고 수요가 적은 부위의 고기를 가공해 수제소시지를 만들면 의도하지 않아도 많은 돈을 벌게 되지 않을까요." 건강한 밥상, 건강한 정신 조씨는 소규모 자연 축산을 위해 흑돼지 2마리로 준비하고 있다. 농산물 부산물과 자연에서 자란 식물을 베어 먹인다. "내년 즈음해, 직접 기른 돼지와 연을 맺고 있는 소규모 자연축산 농가 돼지로 소시지를 만들 수 있을 듯합니다." 조 씨는 산삼과 인삼의 차이점을 들며 건강한 돼지고기를 자부했지만, 아이들에게 고기를 자주 섭취 시키지 말라 충고했다. 최근 아이들의 몸 속 신경신호전달체계는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공감능력이 낮아지며 스트레스 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또 자기중심성이 강해지고 충동 억제가 힘들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 한다. 이는 육식 위주의 식습관과 패스트푸드의 범람으로 발생되고 있다. "저희 딸들이 고기를 좋아하지만 고기반찬과 소시지를 매일 주지 않아요. 인공색소 같은 식품첨가물 등이 들어가진 않지만 육식 위주의 식습관은 아이들에게 좋게 작용하지 않거든요. 건강한 고기와 소시지이지만 육식보다는 채식위주의 식습관을 기르고 가끔 고기를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