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뉴욕 소더비 사의 경매에서 <파이프를 든 소년>이란 그림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1억 416만 8,000달러(약 1,218억 원)에 낙찰되었다.
이 그림은 입체파 회화를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1905년 작으로, 왼손에 담배 파이프를 들고 있는 소년이 주인공이다. 소년 뒤의 벽면은 온통 밝고 화사한 꽃 무늬로 장식되어 따스하고도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 그림이 그려진 무렵을 전후한 1904년에서 1906년까지를 '피카소의 장밋빛 시대'라 부른다.
하지만 그림자 없이는 빛도 존재할 수 없는 법, 희마엥 가득 찬 '장밋빛 시대'로 접어들기 이전에 그려진 작품들은 하나같이 어둡고 우울한 빛을 띠고 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던 무렵, 낭만주의, 퇴폐주의 등 세기말적인 풍조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피카소는 인디고와 코발트블루처럼 차가운 청색 톤이 주를 이루는 작품을 여러 점 남겼다. 1901년에서 1904년에 이르는 이 시기에 '청색 시대'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 때문이다.
그 당시 파리의 빈민굴에 살고 있던 피카소는 부랑자, 걸인 등 사회에서 소외된 '밑바닥 인생'들을 즐겨 그렸다. <기타 치는 눈먼 노인>(1903) 역시 청색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그림 속 노인의 손가락은 너무나 앙상해서 그 손으로는 도저히 기타를 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기타는 마치 신체의 일부이기라도 한 듯, 노인은 몸에 달라붙어 있다. 그런 상태에서 앞 못 보는 노인은 고개까지 푹 수그리고 있지만, 그의 입에서는 나지막한 흥얼거림이 새어 나오는 것 같다. 그것은 어쩌면 그가 못 다 부른 노래, 일생을 걸고 부르고 싶었던 노래가 아닐까. 부르는 이의 영혼이 담겨 있어서 듣는이까지 전율하게 만드는 애잔한 블루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강렬한 삶의 의지가 깔려 있다.
이 슬픈은 나약한 '눈물'이라기보다는 시련의 담금질을 거치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칼'이다.
출처/ 하늘을 나는 자전거 블러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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