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순미(숙명여자대학교)
ㅎ오랜 동안 교육 및 심리학 분야의 지배적 견해는 삐아제를 위시하여 ‘학습은 발달에 의존하며 아동은 스스로 주변세계를 발견해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비고츠키는 아동의 사회적 세계와 심리적 세계간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언어 등의 기호체계의 사용을 통한 성인과 아동, 혹은 보다 유능한 아동과 아동간의 상호작용은 아동의 발달을 선도하는 교육을 가능케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그러한 상호작용이 어떻게 아동의 발달을 선도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해 아동의 발달을 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교수방법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여러 연구자들은 그것은 바로 아동의 근접발달대 내에서의 비계설정(scaffolding)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계설정은 비고츠키 자신이 제안한 개념은 아니지만 그의 이론을 적용하여 효과적인 개별화 교수의 주요 요소를 파악하려 했던 Wood 등(Wood & Middleton,1975; Wood, Bruner, & Ross,1976; Wood,1989)에 의해 소개된 용어이다. 비계설정의 사전적 의미는 ‘건물을 건축하거나 수리할 때 인부들이 건축재료를 운반하며 오르내릴 수 있도록 건물 주변에 세우는 장대와 두꺼운 판자로 된 발판을 세우는 것’이다. 이것을 교육 분야에서는 아동의 근접발달대 내에서의 효과적인 교수-학습을 위해 성인이 아동과의 상호작용 중 도움을 적절히 조절하며 제공하는 것을 묘사하기 위해 은유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ㅎ이 후 비계설정에 관한 여러 연구들이 수행되어 왔는데 이 연구들에서 비계설정의 효과를 조사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주로 사용해온 일반적인 방법은 (1) 문제해결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성인-아동 관찰하기, (2) 공동활동 시간 동안에 일어나는 교수 행동과 아동 반응의 분류하기, (3) 공동활동을 통해 해결했던 과제와 같은(또는 비슷한) 과제를 완수하는 아동의 관찰하기, (4)아동의 과제 성취와 행동 살펴보기, (5) 비계 구성요소 중 어떤 것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 아동 행동이나 성취에 관련되는지 조사하기 등이었다(Berk & Winsler, 1995). 그런데 이들 연구의 대부분은 연구자에 의해서 실험적으로 통제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이들 연구에서의 성인들은 주로 어머니나 교사, 연구자를 포함하지만 성인과 아동의 상호작용은 통제된 인위적 상황에서 이루어짐으로써 일상의 생활 사태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상호작용은 아닌, 즉 생태학적 타당도가 낮은 상호작용, 비계설정이 많았다.
ㅎ여기에서는 비계설정의 구성요소와 목표, 그리고 효과적인 비계설정의 특징을 검토해보고 가정 생활에서 부모가 아동의 학습에 어떻게 비계설정을 하는지 실제로 관찰된 사례를 통해 효과적인 비계설정의 조건과 전략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ㅎ비계 설정(scaffolding)이라는 용어는 개별화 지도의 주요 요소를 파악하려 했던 Wood 등(Wood & Middleton, 1975; Wood, Bruner, & Ross, 1976)에 의해 소개된 개념으로서 그 후 심리학과 교육학 분야에서 유용하게 적용되는 개념이 되었다. 건물을 지을 때에 비계를 설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인과 아동의 상호작용에서 성인은 아동으로 하여금 새로운 능력을 발달시키고 구축해가도록 지원해주는 비계 체계가 되는 것이다. 성인과 갖는 여러 유형의 상호작용을 통해 아동의 지적 발달 수준이 향상되고 다양한 과제에서의 수행이 향상되었다는 연구 결과들이 누적되어 가고 있다.
1) 비계설정의 구성 요소
ㅎ비계 설정에 관한 여러 연구들을 검토해볼 때, 효과적인 비계 설정에는 Berk & Winsler(1995)가 제안한 바 있는 세 가지 구성 요소인 ‘공동의 문제해결’, ‘상호주관성’, ‘따뜻함과 반응’과 더불어, 기호의 매개를 강조했던 비고츠키 이론에 근거해 볼 때, ‘언어의 매개’를 중요한 구성 요소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ㅎ 가. 공동의 문제해결
ㅎ흥미롭고 문화적으로 의미있는 공동의 문제해결 활동에 아동이 참여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아동이 누군가와 함께 상호작용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 때 공동의 문제해결에서의 주된 참여자는 성인-아동, 아동-유능한 아동이 된다.
ㅎ나. 상호주관성
ㅎ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은 어떤 과제를 시작할 때는 서로 다르게 이해하던 두 참여자가 공유된 이해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즉 공동활동의 각 참여자가 상대방의 관점에 자신의 관점을 조정하여 맞춤으로써 의사소통을 위한 공동의 화제를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성인은 자신의 생각을 아동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융통성 있게 풀어줌으로써 상호주관성을 높이려 한다. 예를 들면, 교사는 새로운 과제를 아동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과 연관지어 말해줄 것이다.
ㅎ다. 따뜻함과 반응
ㅎ아동의 과제에 대한 집중과 도전하려는 태도는 성인이 따뜻하고 반응적일 때, 그리고 언어적으로 칭찬해주고 자신감을 북돋워 줄 때 최대화된다. 비계설정 동안에 일어나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하나의 유추로 표현하면, 아동이 이끌어가고 성인이 그를 따라가는 난해한 춤인데, 이 춤에서 아동이 일시적으로 스텝을 잊거나 지원을 요청할 때면 성인은 어디로 갈지 암시를 준다. 성인은 아동의 다음 동작을 기대하고 아동이 필요로 할 때는 도움을 주기 위해 아동을 지켜보면서 아동의 행동과 보조를 맞춘다.
ㅎ라. 언어의 매개
ㅎ비계설정에서는 언어 매개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Sigel(1982)은 언어를 매개로 한 ‘거리두기 전략(distancing strategies)’이 아동의 문제해결을 증진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교수 방법임을 제안한다. 그에 의하면 거리두기는 성인의 언어적 진술을 정신 조작(mental operation)의 요구 수준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1) (1) |
낮은 단계의 거리두기: 성인이 인접한 환경에 놓여있는 사물들에 대해 언급하거나 질문한다(예: “이것은 무엇으로 만들었니?” “이 모자는 빨간 모자이구나”와 같이 명명하기나 묘사하기). |
|
(2)
|
중간 단계의 거리두기: 성인이 인접 환경에 놓여 있는 두 가지 양상들의 관계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어떤 것을 자세히 설명하는 말을 한다(예: “어떤 것이 더 크지?” “이 둘은 삼각형 모양이고 이 둘은 사각형이구나”와 같이 비교하기, 분류하기, 관련짓기). |
|
(3)
|
높은 단계의 거리두기: 성인이 아동으로 하여금 인접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을 넘어서서 가정을 세우거나 생각을 정교하게 가다듬도록 요구한다(예: “앞에 있는 숫자들 간의 관계에 미루어볼 때 다음에는 어떤 숫자가 와야 할까?” “다음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까?”와 같이 추론하기, 계획하기). |
2) 비계설정의 목표
ㅎ비계설정의 목표는 아동으로 하여금 ‘자신의 근접발달대에서 과제를 해결하게 하는 것’과 ‘자기-조절(self regulation)을 증진시키는 것’이다(Berk & Winsler, 1995).
가. 아동을 근접발달대에 머물게 하기
ㅎ아동으로 하여금 그의 근접발달대에서 과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은 두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첫째는 아동에게 주어진 과제가 적절한 수준으로 어려워 아동이 도전감을 갖도록 과제와 주변 환경을 구성해주는 것이다. 만일 과제가 너무 어려운 경우는 과제를 작은 단위로 나누거나 또는 아동에게 어떤 자료가 다음단계에 필요한가를 볼 수 있도록 과제의 자료들을 재배치할 수 있다. 과제가 너무 쉬우면 과제에 보다 많은 구성 요소들을 첨가시키거나 활동의 규칙을 바꾸는 등으로 과제의 어려움을 증가시킬 수 있다. 둘째는 아동의 현재의 요구와 능력에 맞도록 성인의 개입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즉 아동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와주고 그들의 능력이 증가함에 따라 도움의 양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나. 자기-조절을 증진시키기
ㅎ비계설정의 또 다른 목표는 아동으로 하여금 가능한 한 많은 공동활동을 조정하게 함으로써 자기 조절을 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인은 아동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면 가능한 한 빨리 조절과 도움을 멈추어야 한다. 성인들이 명백한 지시를 통해서나 순간적인 문제들에 즉각적인 대답을 주는 방식으로 아동에게 계속해서 영향을 줄 때 학습과 자기조절은 감소된다. 그러나 성인이 아동으로 하여금 해결 발견에 참여하게 하는 질문을 함으로써 아동의 과제 행동을 조정할 때 학습과 자기조절은 최대화된다.
ㅎ성인과 또래 교수에 관한 문헌들을 검토하면서 Rogoff는 효과적인 공동활동의 일반적 특징을 제안하였는데, 이를 Wood와 Wood(1996)는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
(1)
|
교사는 학습자의 현재의 지식 및 기능과 새로운 과제의 요구간에 다리를 제공하는데 기여한다. 혼자 하게 될 때 초보자는 과제 요구와 그가 이미 알고 있거나 할 수 있는 것이 서로 관련되어 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
(2)
|
학습자의 활동 맥락에서 교수와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교사는 학습자의 문제해결을 지지할 구조를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그들의 즉각적인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동안 학습자는 혼자서는 그 활동의 전체적인 목표를 보지 못할 것이다. |
| (3) (1) |
학습자가 처음에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시작할지라도 도움을 받아 참여함으로써 학습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하고 성공적인 문제해결에 이를 수 있다. |
| (4) |
학습자를 효과적으로 돕는다고 하는 것은 과제 책무성을 교사로부터 학습자로 옮기는 것을 포함한다. |
이와 아울러 Wood와 Wood(1996)는 효과적인 교수는 두 요소를 포함하고 있음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아동이 어려움에 봉착하는 환경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교사는 즉시 이전에 제공했던 것 보다 더 구체적인 교수나 도움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교사가 아동에게 구체적인 행위나 목표를 제시했지만 아동이 교사가 말한 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교사는 다음에 할 일을 아동에게 지적하거나 보여준다. 행위를 수반하여 보여줌으로써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하여 교사는 결국 과제와 관련된 언어사용의 의미를 절충하고 아동을 그 상황에 대한 교사의 개념화로 끌어들인다.
ㅎ두 번째 요소는 ‘점차 도움을 주지 않기(fading)'와 최소한의 도움을 제공하기이다. 예를 들어, 처음에 아동이 성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면, 교사는 말로써 보여주는 것을 대신하길 시도할 것이다. 아동이 언어적 힌트를 이해하게 됨에 따라 교사는 조용히 있으려 할 것이고 아동이 더 이상의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되면 혼자 힘으로 과제를 끝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원리에 의한 교수 양상은 학습자가 어려움에 직면할 때는 더 많은 도움을 주고, 능숙하게 과제를 수행하게 됨에 따라 더 적은 도움을 주게 되는데 Wood와 Wood는 이를 ‘유관(contingent)' 교수라 일컬었다.
ㅎ다음에서는 일상적 가정 생활에서 한 아동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의 부모가 수학적 문제 해결 장면에서 어떻게 비계설정을 하는지 관찰 사례(한순미, 1997a에서 발췌됨)를 예시한다.
백 단위 덧셈, 뺄셈 학습에서의 비계설정
연령: 5세 9개월
상황: 엄마와 아이가 가게에 갔다가 엄마는 아이가 원하는 600원 짜리 과자와 200원 짜리 아이스 바를 사주고 난 뒤 묻는다.
|
성인-아동의 상호작용 |
분 석 |
|
엄마: (아이 손에 쥐어진 과자를 가리키며) 이 과자를 얼마 주고 샀더라? 아이: (과자 봉지에 표시된 가격을 보고 나서) 600원 줬어요. 엄마: 이 아이스 바는 얼마 주었지? 아이: (역시 겉 봉지를 보고 난 뒤) 200원이에요. 엄마: 이 둘을 합치면 얼마일까? 아이: (2-3초 경과한 후) 800원이에요. 엄마: 와, 맞았어. 참 잘 하는구나. 그럼 800원에서 200원을 빼면 얼마니? 아이: (계속 머뭇거린다.) 엄마: 아까 엄마가 과자와 아이스 바를 합쳐서 800원에 샀지? 아이: 예. 엄마: 다시 생각해 보렴. 800원을 가지고 있다가 200원 짜리 아이스 바만 사면 얼마가 남지? 아이: (잠시 계산해 보더니) 600원이 남아요. 엄마: 아주 잘 맞췄어. 그럼 또 생각해 봐. 엄마가 800원을 가지고 있다가 600원 짜리 과자를 샀어. 그럼 얼마가 남니? 아이: (금방) 200원요. 엄마: 참 잘하는구나. 엄마가 다른 문제를 낼 테니 또 맞춰 볼래? 엄마가 너한테 500원 짜리 비스켓과 300원 짜리 사탕을 사준다고 해봐. 둘을 모두 합치면 얼마니? 아이: (한참 머뭇거리다가) 800원이네요. 엄마: 그래, 잘했어. 그런데 엄마가 가게 주인에게 돈을 줄려고 지갑을 열어 보니 1000원 짜리만 있더구나. 그래서 가게 주인에게 1000원을 주었어. 가게 주인은 엄마에게 얼마를 거스름돈으로 돌려주겠니? 아이: (어려운 듯 얼른 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엄마: 1000원은 100원 짜리가 몇 개 있는 것이지? 아이: (잠시 생각하다가) 10개. 엄마: 그렇지? 그럼 800원은 100원 짜리가 몇 개 있는 것이지? 아이: 8개요. 엄마: 맞았어. 그럼 다시 생각해 봐. 엄마가 가게 주인한테 800원을 내야 하는데 1000원 짜리 돈을 냈어. 가게 주인은 얼마를 엄마한테 돌려주어야 하지? 아이: (2-3초가 경과한 뒤) 200원이다! |
엄마는 ‘낮은 단계의 거리두기’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함으로써 아동을 문제 상황에 도입시킨다.
덧셈 문제로 유도 언어적 칭찬과 함께 뺄셈 문제 제시 아이의 기억을 환기시킴으로써 문제 상황을 다루기 쉽게 만들어 준다.
새로운 덧셈 문제 상황 도입
문제 상황을 아동이 이해하기 쉽게 재진술해준다. |
ㅎ이 장면은 5세 9개월에 이른 아이에게 어머니가 과자를 사주고 나서 매우 자연스럽게 아이를 덧셈, 뺄셈 상황으로 유도하는 장면이다. 조금 전에 샀던 과자의 가격을 재인하게 하는 ‘낮은 단계의 거리 두기’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덧셈 문제, 유사한 덧셈 문제, 그리고 새로운 덧셈 문제 상황으로 이끌면서 아동의 덧셈 문제의 해결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그러한 한편으로 아동의 문제해결 행동을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어머니는 아동의 동기유발을 유지시키는 데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아동이 백 단위의 덧셈 문제 해결에 별 어려움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어머니는 새로운 뺄셈 문제 상황을 도입한다. 뺄셈 문제의 해결이 아동에게 용이하지 않자, 어머니는 문제 상황을 보다 작은 단위로 나누어 제시하고 아동으로 하여금 사고의 과정을 좀 더 거치게 함으로써 결국 문제해결에 이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