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의 시대, 중용과 절제가 자아내는 삶의 품격
수필 <넘치지 않는 것의 아름다움>은 현대 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인 '과잉'의 문제를 성찰하고,
삶의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나직하게 역설하는 깊이 있는 사유의 기록이다.
저자는 어느 날 새벽, 바나나를 과다 섭취하여 중증 고칼륨혈증으로 쓰러진 한 노인의 뉴스 기사를 접한다. 어릴 적 가난한 시절의 달콤한 추억이자 위로의 상징이었던 바나나가 순식간에 생명을 위협하는 독으로 돌변하는 이 아이러니한 순간, 저자는 익숙함 속에서 거대한 균열을 발견하고 자연과 인간사를 관통하는 본질적인 법칙을 포착해 낸다.
작품의 전반부를 이끄는 핵심 모티브는 독성학의 명제인 ‘투여량(dosage)’이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독이자 약이며, 이를 결정하는 것은 오직 양의 문제라는 과학적 사실은 곧바로 인간의 삶과 태도에 관한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맑은 물과 산소조차 넘치면 생명을 위협하듯, 생명과 파괴는 멀리 떨어진 두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선 위에서 양 끝에 맞닿아 있을 뿐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결국 중요한 것은 물질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고 조율하는 인간의 분별력과 절제심임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저자의 사유는 동서양의 고전 철학과 종교적 가르침을 종횡무진하며 그 깊이를 더한다. 논어의 ‘과유불급’을 빌려 중용이란 단순히 한 자리에 멈춰 서 있는 정지가 아니라, 매 순간 치우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중심을 찾아가는 역동적인 운동임을 설명한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균형의 기술로서의 ‘덕’과, 인간의 확신이 과잉될 때 위험이 시작된다고 경고한 몽테뉴의 성찰을 가져와 우리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자기 신념을 지키되 타인의 사유를 닫지 않고, 자기 길을 걷되 다른 길을 지우지 않는 태도’라는 문장은 타자에 대한 관용과 부드러운 마음이 어떻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이 수필의 백미다.
최첨단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채우고, 더 깊이 몰입하라고 강요받는다. 그러나 저자는 몰입이 집착으로 변하는 순간 생명이 잠식된다고 경고한다. 강물이 두 둑 사이를 지킬 때야 비로소 바다에 닿고, 새가 두 날개의 균형으로 하늘을 가르듯, 삶 역시 넘침과 부족함 사이에서 끊임없이 조율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작가가 제시하는 지혜는 거창하지 않다.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마음, 한 번 더 귀 기울여 듣는 귀, 그리고 욕망에서 한 숟갈을 덜어내는 절제이다. 자연이 억지로 향기를 퍼뜨리지 않고 어둠을 밀어내지 않으며 조용히 계절을 맞이하듯, 넘치지 않는 삶이야말로 세상의 소란함 속에서도 오래도록 조용한 향기를 남기는 법이다. 이 수필은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과잉의 시대를 향해, 스스로를 다스리는 절제의 미학이 얼마나 격조 높고 아름다운지를 차분하게 일깨워주는 훌륭한 인생의 지침서다.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