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작품♡]시와 해설(김혜순, 고층 빌딩 유리창닦이의 편지)

작성자황득 김한규|작성시간21.09.05|조회수1,010 목록 댓글 0

고층 빌딩 유리창닦이의 편지

 

                               -김혜순-

 

 

저녁엔 해가 뜨고

아침엔 해가 집니다.

 

해가 지는 아침에

유리산을 오르며

나는 바라봅니다.

깊고 깊은 산 아래 계곡에

햇살이 퍼지는 광경을.

 

해가 뜨는 저녁엔

유리산을 내려오며

나는 또 바라봅니다.

깊고 깊은 저 아래 계곡에

해가 지고 석양에 물든

소녀가 붉은 얼굴을

쳐드는 것을.

 

이윽고 두 개의 밤이 오면

나는 한 마리 풍뎅이가 됩니다.

그리곤 당신들의 유리창문에 달라붙었다가

그 창문을 열고

들어가려 합니다.

창문을 열면 창문, 다시 열면

창문, 창문, 창문 ……

창문

밤새도록 창문을 여닫지만

창문만 있고 방 한 칸 없는 사람들이

산 아래 계곡엔 가득 잠들어 있습니다.

 

밤새도록 닦아도 닦이지 않는 창문.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창문,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두꺼워지는

큰골의 잠, 나는 늘 창문을 닦으며 삽니다.

저녁엔 해가 뜨고

아침엔 해가 지는 곳,

그 높은 곳에서 나는 당신들의 창문을 닦으며 삽니다.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1994)-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상징적, 비판적

◆ 특성

① 역설적 표현을 사용하여 사람들과 유리되어 살아가는 화자의 처지를 드러냄.

② 대립적 공간을 제시하여 전달 의도를 강화함.

③ 화자를 직접 드러내면서 시상을 전개함.

④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화자의 정서를 드러냄.

⑤ 반복적 행위를 통해 화자의 태도를 드러냄.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1연 → 역설적 표현, 아침에 높은 곳에 오르고 저녁엔 해보다 낮은 곳에 있는 화자의

처지를 나타냄.

* 유리산 → 고층 빌딩의 유리창

* 나는 바라봅니다 ~ 햇살이 퍼지는 광경을.

→ 고층 빌딩에서 내려다보는 세상, 화자와 세상 사이의 단절감

* 두 개의 밤 → 빌딩 안(세상)과 빌딩 밖(유리창닦이)의 밤

* 풍뎅이 → 화자를 비유함, 타인과의 소통을 갈망하는 존재

* 그 창문을 열고 / 들어가려 합니다. → 타인과의 소통 시도

* 창문을 열면 ~ 창문 → 반복적 표현을 통해 소통의 불가능성을 강조함.

* 창문만 있고 ~ 가득 잠들어 있습니다. →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창문은 단절, 방은 소통)

* 밤새도록 닦아도 닦이지 않는 창문 → 소통을 갈망할수록 단절이 심화되는 상황

* 저녁엔 해가 뜨고 ~ 그 높은 곳 → 사람들과 유리된 공간

* 나는 당신들의 창문을 닦으며 삽니다. → 타인과의 소통을 갈망함.

◆ 화자 : 고층 빌딩의 유리창을 닦는 이

◆ 주제 : 타인과의 소통에 대한 갈망

 

[시상의 흐름(짜임)]

◆ 1~3연 : 고층 빌딩에서 유리창을 닦으며 세상을 내려다 봄.

◆ 4연 : 빌딩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들어갈 수 없음.

◆ 5연 :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열리지 않는 유리창을 닦는 화자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고층 빌딩 유리창닦이'라는 화자를 내세워 세상과 단절되어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풍자하고, 소통에 대한 갈망을 노래하고 있다.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 창문', '두드릴수록

두꺼워지는 / 큰골의 잠'은 단절된 인간 관계의 견고함을 상징한다. 그렇게 견고하게 단절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끊임없이 창문을 닦는데, 이 행위는 곧 소통에 대한 간절함과 단절에 대한 극복 의지인 것이다.

 

[작가소개]

김혜순(1955년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1979년 시단에 등단했다. 1988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에 임용되었다. 2019년 6월 6일(현지시간) 시집 《죽음의 자서전》(영문제목 ‘Autobiography of Death’)으로

대한민국 최초로 캐나다 최고 권위의 그리핀 시문학상(Griffin Poetry Prize)을 수상했다.

 

경상북도 울진에서 태어나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시와 회화의 미학적 교류〉가 입상하여 비평 활동을 시작했고,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가을호에 〈담배를 피우는 시인〉외 4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1997년 제16회 「김수영문학상」, 2000년 제1회 「현대시작품상」, 제15회 「소월시문학상」,

2006년 제6회 「미당문학상」, 2008년 제16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6월 6일 저녁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시집 <죽음의 자서전>으로 시집을

영역한 번역가 최돈미와 함께 그리핀 시문학상 인터내셔널 부문 상을 수상하여

65,000 캐나다달러를 상금(저자 40%와 번역자 60%)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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