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작품♡]시와 해설, (오세영, 원시(遠視))

작성자황득 김한규|작성시간22.06.09|조회수152 목록 댓글 2

          원시(遠視)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다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1992)-

 

 

해설

[개관 정리]

◆ 성격 : 상징적, 역설적, 관념적, 관조적

◆ 표현 : 이별과 늙음이라는 현실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수용하는 담담한 어조

이별 뒤에 사랑하는 사람을 더 잘 볼 수 있기에 이별이란 긍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봄.

동일 구문을 변형, 반복함으로써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고 주제를 부각시킴.

'원시'를 '멀리 바라봄'과 '늙어서 생긴 원시안'이라는 중의적 의미로 활용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멀리 있는 것은 / 아름답다. → 멀리 있다는 것은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대상 자체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고 무소유와 불간섭을 통해 사랑의

완성과 내면적 성숙에 이르게 됨.

* 무지개, 별, 벼랑에 피는 꽃 → 관조의 대상, 물리적 거리감으로 인해 아름다움을

갖게 되는 대상

*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 침범하거나 훼손하거나 소유할 수 없는 까닭에

*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 멀리서 보는 것이 비로소

가능해짐.

* 마지막 편지 → 헤어지자는 이별의 편지

* 돋보기 → 가까운 것을 보게 하는 수단이며, 관조하는 태도가 가능하게 되었음을 암시

나이가 들면 가까운 것은 볼 수 없기에 돋보기가 필요하지만, 멀리 있는

것은 돋보기가 없이도 볼 수 있으며, 이것은 곧 삶의 완숙을 의미함.

* 머얼리서 바라다볼 줄을 / 안다는 것이다. → 이별에 대한 성숙한 인식

◆ 제재 : 이별

◆ 화자 : 이별을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멀어지는 것이라고 보는, 이별에 대한 성숙한

인식을 드러냄.

◆ 주제 : 사랑과 이별에 대한 원숙한 인식과 깨달음

나이가 들어 갖게 된 사랑에 대한 관조적 자세

 

[시상의 흐름(짜임)]

◆ 1 ~6행 : 멀리 있는 것이 아름다운 이유

◆ 7 ~ 11행 : 이별의 의미

◆ 12 ~ 19행 : 늙음의 의미, 사랑과 이별에 대한 원숙한 인식과 깨달음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멀리 봄(遠視)'이라는 행위를 통해 인식론과 존재론에 대한 사유를 비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시다. 멀리 보는 행위는 대상과 주체 사이에 관조할 수 있는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이다. 관조하는 주체는 대상을 침범하거나 훼손할 수 없으며, 완전히 소유할 수도 없다. 그러한 거리 속에서 대상은 대상 자체의 빛을 발하고, 그 자체의 본질 속에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멀리서 바라봄의 미학으로부터 존재론적인 성숙에 이르는 길이 나타난다. 대상으로부터 떨어져 있음, 홀로 있음은 미적인 관조를 가능하게 하면서, 동시에 실존적인 탐구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고독은 세계에 내던져진 인간 실존의 조건이다. 늙음이나 이별은 그러한 고독을 더욱 깊게 하는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에는 연인과의 이별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것을 서러워하지 않는다. 이별이 헤어짐이 아니라 멀리서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이별은, 타인을 소유하는 사랑이 아닌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더 큰 사랑을 위한 것이 된다. 이러한 역설적인 깨달음을 통해서 내면적인 성숙에 도달하는 것이다. 결국 이 시에 나타나는 미적인 거리 두기는 사물의 본질을 보는 방식이자 인간의 존재 조건을 깨닫는 일이며, 사랑을 완성하는 방법을 배우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관조적 태도란, 대상과 거리두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외적 상황에 연연해 하지 않고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마음의 평정 상태가 요구된다. 마치 물결이 고요해야 그곳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올바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이로써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깨달음을 얻고 그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작가소개]

오세영 Oh Sae-young 시인, 명예교수

출생 : 1942. 전라남도 영광

소속 : 서울대학교(명예교수)

학력 :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박사

데뷔 : 1968년 시 '잠 깨는 추상'

수상 : 2014년 제4회 김준오시학상

경력 : 2011~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관련정보 : 네이버[지식백과] - 저술/연재 글 모음

작품 : 도서 147건

 

1942년 5월 2일 전남 영광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8년 『현대문학』에 시 「잠 깨는 추상」이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연작시인 「무명연시(無明戀詩)」를 비롯하여 「모순의 흙」, 「우수시초(憂愁詩抄)」, 「그릇」, 「아크로바트」, 「하일(夏日)」 등을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다. 시집 『반란하는 빛』(1970),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1982), 『무명연시』(1986), 『불타는 물』(1989), 『사랑의 저쪽』(1990), 『신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1990), 『무명연시』(1995), 『반란하는 빛』(1997), 『벼랑의 꿈』(1999), 『적멸의 불빛』(2001), 『봄은 전쟁처럼』(2004), 『시간의 쪽배』(2005), 『문 열어라 하늘아』(2006), 『임을 부르는 물소리 그 물소리』(2008), 『바람의 그림자』(2009) 등을 간행하였다.

 

한편 「이상의 시 세계」(1972), 「30년대 모더니즘, 비극적 상황의 주인공들」(1975), 「고전의 시적 변용-‘춘향전’의 경우」(1975), 「비 혹은 우수의 미학」(1976), 「무한에의 그리움, 노천명」(1981), 「슬픔, 사랑 그리고 죽음의 미학」(1989), 「비 혹은 우수의 허무주의」(1995), 「색계와 무색계를 넘어-서정주 ‘80 소년 떠돌이의 시’」(1997) 등 다수의 평론을 발표하였다.

 

평론집으로 『한국 낭만주의 시 연구』(1980), 『한국현대시의 행방』(1988), 『상상력과 논리』(1991), 『한국 근대문학론과 근대시』(1996), 『김소월, 그 삶과 문학』(2000), 『시적 상상력과 언어』(2003), 『한국 현대시인 연구』(2003), 『우상의 눈물』(2005)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녹원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대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존재론적 인식을 통하여 역사의식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모더니즘의 언어의식을 전통사상에 접맥시키는 데 주력하며, 언어를 극도로 정련, 함축시키는 지적 구사와 서정의 접맥을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세영 [吳世榮]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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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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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무공 김낙범 | 작성시간 22.06.09 멀리 있는 그대
    보이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황득 김한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6.10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쉬임없이 건필하시길
    소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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