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 춘향이 마음 초(抄) -
박재삼
뉘가 알리
어느 가지에서는 연신 피고
어느 가지에서는 또한 지고들 하는
움직일 줄 아는 내 마음 꽃나무는
내 얼굴에 가지 벋은 채
참말로 참말로
사랑 때문에
햇살 때문에
못 이겨 그냥 그
웃어진다 울어진다 하겠네.
- <춘향이 마음>(1962) -
해설
[개관정리]
◆ 성격 : 전통적, 독백적, 고백적, 성찰적
◆ 표현 : 독백체로 이루어진 단연시
춘향의 독백적 어조로 감출 수 없는 마음의 움직임에 대한 진실감을 더해 줌.
마지막 구절에 피동형 동사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자연 → 춘향이 사랑 때문에 느끼게 되는 기쁨과 슬픔이 모두 순수한 자연적
현상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긴 제목으로 보여짐.
* 움직일 줄 아는 내 마음 → 감정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내마음
* 꽃나무 → 원관념 : 사랑의 마음
'꽃나무'는 자연의 섭리대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므로,
순수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하기에 적합함.
인간과 자연이 동질적이라는 의미로 마음 속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꽃나무에 비유하여 표현함.
* 웃어진다 울어진다
→ 피동형의 표현(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이 솟아나는 것은 자기가 의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자연적 움직임이기에)
◆ 주제 ⇒ 자연적으로 솟구치는 사랑의 감정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한국적 여인의 한 전형인 춘향을 화자로 설정하여 그녀의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자연적으로 솟아오르는 사랑을 꽃나무에 견주어 그린 작품이다.
이 시는 춘향전을 소재로 하여 현대적 변용을 가한 <춘향이 마음 초(抄)>라는 연작시의 하나로 서정주(徐廷柱)의 <추천사>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가장 한국적인 시를 쓴다는 서정주의 맥을 정통으로 이은 박재삼의 대표작인 이 작품에서 시적 자아인 '춘향'은 <추천사>의 춘향처럼 현실 세계에 고뇌하고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꽃나무에 견주어 그것을 순수한 생명의 흐름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랑은 억지로 의도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나무 가지에서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과 같이 자기 자신도 모르게 가슴 속으로부터 샘솟는 것이므로 시제(詩題) '자연'이 시사(示唆)하듯, 자연의 힘이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사랑의 고운 꽃을 피우게 된다는 춘향의 독백을 통해 시인은 사랑의 실체를 보여 주는 동시에 인간의 마음과 자연을 동일시하고 있다. 꽃나무가 햇살을 받아 새 싹을 틔워 성장하고 마침내 꽃망울을 터트리는 것처럼, 사람도 자신도 모르게 제 가슴 속 에서 자라난 사랑의 감정으로 말미암아 행복에 젖거나 불행에 빠지게 된다는 자연 현상으로 사랑을 파악한다 그리하여 시인은 사랑의 표현을 '웃어진다'와 '울어진다'라는 피동형으로 나타낸 것이다.
[작가소개]
박재삼[ 朴在森 ]
<요약>
국 서정시의 전통적 음색을 재현하면서 소박한 일상 생활과 자연에서 소재를 찾아 애련하고 섬세한 가락을 노래했다.
출생 – 사망 : 1933. 4. 10. ~ 1997. 6. 8.
출생지 : 해외 일본 도쿄
데뷔 : 1953. 시 「강물에서」가 모윤숙에 의해 문예에서 추천
1933년 4월 10일 도쿄 출생. 경남 삼천포에서 성장했으며, 고려대 국문과를 중퇴했다. 현대문학사, 대한일보사, 삼성출판사 등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제2회 현대문학신인상, 한국시인협회상, 노산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인촌상 등을 수상했다. 1953년 시 「강물에서」가 모윤숙에 의해 『문예』에서 추천되고, 1955년 시 「정적」이 서정주에 의해 『현대문학』에 추천되었으며, 같은 해 시조 「섭리」가 유치환에 의해 『현대문학』에 추천됨으로써 추천을 완료하였다.
1962년 첫 시집 『춘향이 마음』을 간행한 이래 시집 『햇빛 속에서』(1970), 『천년의 바람』(1975), 『어린 것들 옆에서』(1976), 『추억에서』(1983), 『아득하면 되리라』(1984), 『내 사랑은』(1985), 『대관령 근처』(1985), 『찬란한 미지수』(1986), 『바다 위 별들이 하는 짓』(1987), 『박재삼 시집』(1987), 『사랑이여』(1987), 『울음이 타는 가을 강』(1987), 『다시 그리움으로』(1996),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1997) 등 다수의 시집과 시 선집을 간행하였다. 수필집으로는 『울밑에 선 봉선화』(1986), 『아름다운 삶의 무늬』(1987), 『슬픔과 허무의 그 바다』(1989) 등이 있다.
1997년 6월 8일 타계했다. 그의 시 세계는 시 「춘향이 마음」(1956)과 「울음이 타는 가을 강」(1959) 등으로 대표되는데, 그는 이런 시들을 통해 한국 서정시의 전통적 음색을 재현하면서 소박한 일상 생활과 자연에서 소재를 찾아 애련하고 섬세한 가락을 노래했다.
그는 “누님의 치맛살 곁에 앉아/ 누님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심심한 때는/ 골목을 빠져 나와 바닷가에 서자”(「밤바다에서」 1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슬픔이라는 삶의 근원적인 정서에 한국적 정한의 세계를 절제된 가락으로 실어, 그 속에서 삶의 예지와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그의 시에 있어서 자연이란, 삶의 이치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음으로써 영원하고 지순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세계이다.
그는 그 자연에 의지하여 위로와 지혜를 얻지만, 때로는 자연의 완벽한 아름다움과 인간과의 거리 때문에 절망하기도 한다. 박재삼의 시는 1950년대의 주류이던 모더니즘 시의 관념적이고 이국적인 정취와는 달리 한국어에 대한 친화력과 재래적인 정서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 주어, 전후 전통적인 서정시의 한 절정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의 시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구어체의 어조와 잘 조율된 율격은, 그의 시의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움을 보장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학력사항> 고려대학교 - 국어국문학(중퇴)
<경력사항> 현대문학사, 대한일보사, 삼성출판사 등에서 근무
<수상내역> 제2회 현대문학신인상, 한국시인협회상, 노산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인촌상
<작품목록> 울음이 타는 가을 강, 춘향이 마음, 수정가, 한, 햇빛 속에서, 소곡
정릉 살면서, 천년의 바람, 어린 것들 옆에서, 뜨거운 달, 비 듣는 가을나무,
추억에서, 거기 누가 부르는가, 아득하면 되리라, 간절한 소망, 내 사랑은[시조집]
대관령 근처, 찬란한 미지수, 가을 바다, 바다 위 별들이 하는 짓, 박재삼 시집,
사랑, 그리움 그리고 블루편, 사랑이여, 가을바다, 기러기 마음을 나는 안다[편],
햇볕에 실린 곡조, 해와 달의 궤적, 꽃은 푸른빛을 피하고, 허무에 갇혀,
나는 아직도, 다시 그리움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 박재삼 시선집
[네이버 지식백과] 박재삼 [朴在森]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