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작품♡]김용택, 그대 생의 솔숲에서

작성자황득 김한규|작성시간23.03.07|조회수71 목록 댓글 0

                  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용택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 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골자기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그 여자네 집>(1998)-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자기반성적, 자연친화적

◆ 특성

① 영탄적 어조를 활용함.

② 삶의 문제에 대한 깨달음을 자연을 통해 형상화함.

③ 종결 어미 '-리', '-네'의 반복을 통해 운율을 형성함.

④ 하강 이미지에서 상승 이미지로 이동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봄산 → 속세와 대립되는 공간으로, 인간의 욕망과 근심과 고단함이 없는 공간

* 나를 버릴 수 있으리. → 과거의 집착에서 벗어남.

* 솔이파리들이 ~ 저만큼 지네 → 하강 이미지를 통해 겨을에서 봄으로 바뀌는 자연의

순리를 묘사함.

* 무엇을 내 손에 쥐고 ~ 가장자리에 잡아 두리 → 화자가 중요하게 여겼지만

현재는 버려도 될 것.

* 솔숲 끝으로 ~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 '햇살'과 '박새'는 희망을 담은 시어로 새로운

희망을 붙잡은 시적 화자의 심리를 형상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 삶의 근심과 ~ 실가지 끝에서 → 시적 화자의 과거의 삶이 근심과 고단함으로 가득 차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구절로, '바람'과 '찬 서리'가 그러한 화자의 과거 삶을 씻어내

줌을 드러내고 있다.

* 바람, 찬 서리 →시적 화자의 삶의 근심과 고단함을 깨끗이 씻어내는 기운

* 그대는 저 수많은 ~ 푸르는 눈을 뜨리 → 밝은 희망과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눈을 뜨길

바라는 시적 화자의 소망을 드러내고 있음.

* 새 잎사귀들 → 자신을 버리고 얻는 마음의 자유

* 푸르른 눈 → 식물의 눈. 삶의 기쁨과 희망을 볼 수 있는 혜안 (중의법)

◆ 제재 : 봄산

◆ 주제 : 봄산 솔숲에서의 자기반성

 

[시상의 흐름(짜임)]

◆ 1~2행 : 자신을 버릴 수 잇는 공간인 봄산

◆ 3~8행 : 지난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솔숲

◆ 9~13행 :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솔숲

◆ 14~19행 : 새로운 희망의 부활을 깨달음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에서 '봄산'이나 '솔숲'은 화자의 삶을 형상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재이다.

봄날 솔숲에 들어가 묵은 잎들이 떨어지고 새 잎이 돋는 광경을 보면서 자신도 지난날의

짐을 내려놓겠다고 다짐한다. 화자에게 '지난날'이란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라는 구절로 비추어 볼 때, '근심과 고단함으로 힘들었던 과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로 비추어 볼 때, '솔숲'은 단순히 '자연의 공간'이 아닌 화자에게

'삶을 성찰하게 해주고 깨달음을 주는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봄산 솔숲의 자연 묘사와 자신을 버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화자의 성찰은 시상 전개상 종결 어미의 변화에서 더욱 확연히 확인된다.

즉, 솔숲의 자연 현상을 진술할 때는 '-네'라는 종결 어미를 사용하여 차분하게

묘사하는 반면, 화자의 성찰 및 정서를 표출할 때는 '-리'라는 종결 어미를 사용하여

영탄하는 목소리로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자연을 관찰한 내용을 제시하고 화자의

삶에 대한 성찰을 제시한 것은 자연의 모습과 같아지고 싶은 화자의 소망을 나타내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 화자의 삶에 대한 태도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성찰의 공간이 '솔숲'에서 상수리나무 묵은 잎들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즉, 화자는 과거의 삶을

내려놓고 그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 '지난날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들인지는 알 수 없다. 근심과 고단함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 추측할 수밖에 없다. 그 구체적 양상이 어떠하든 이 작품은 지난날들의

집착과 욕망에서 벗어나고픈 화자의 소망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 김용택의 작품 세계

김용택은 자본주의의 경제 논리 때문에 멸실의 운명에 처한 농업 현장에 남아 그 실상을

증언하는 중요한 농민 시인이자 빼어난 서정 시인이다. 김용택 시의 밑자리는 그가 나고

자란 섬진강 언저리 임실 땅 진메 마을이다. 농경 사회의 인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곳

사람들을 보고 겪는 생활 현장의 풍부한 실감 때문에 시인의 상상력은 뻗어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제약된다. 그가 우리 시대의 중요한 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은 피폐한 농촌의 비극적 실상을 리얼리즘의 시각에서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시가 품고 있는, 자연의 섭리와 내면 깊이 교감하며 길어내는 정서의 근원성 때문이다.

-장석주, "20세기 한국문학의 탐험“

 

[작가소개]

김용택 : 시인

출생 : 1948년 9월 28일, 전라북도 임실

학력 : 순창농림고등학교

수상 : 2012년 제7회 윤동주 문학대상

2002년 제11회 소충사선문화상

1997년 제12회 소월시문학상

경력 : 2003 제4대 전북작가회 회장

2002 전북환경운동 공동의장

 

전북 임실 출생. 순창농림고교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였고, 전북작가회 회장,

전북환경운동 공동의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덕치초등학교에서 30년간의

교사 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에

연작시 「섬진강」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하였다.

그의 초기시는 대부분 섬진강을 배경으로 농촌의 삶과 농민들의 모습을

정감있게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연작시 「섬진강」의 경우, 시적 서정성만이 작품의 지배적인 정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농민들의 일상이 조밀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현실의 각박한 변화와 농촌의 퇴락을 비판과 풍자의 시선으로 지켜보기도 한다.

이 연작시는 첫 시집 『섬진강』(1985)을 통해 묶이면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김용택의 시적 경향은 보다더 직관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정서를 담는 격조 있는 서정시로 변모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특히 소월시문학상의 수상작이 된 시 「사람들은 왜 모를까」와 같은 작품에

이르면 더욱 분명하게 하나의 시적 개성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가 다루고 있는 시적 언어의 소박성과 그 진실한 울림은 토속적인 공간으로서의

농촌이 지니는 전통적인 가치와 새로운 현대적 변화를 연결해주는 정서적

감응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일상의 체험을 시적 대상으로 하면서도 그 소탈함과

절실함을 동시에 긴장감 있게 엮어내는 시적 상상력은 독자적인 시적 경지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가 부박한 모더니즘에 휩싸이지 않고,

격정적 이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정서적 균형과 언어적 절제를 지키면서

아름다운 시로써 독자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첫시집 『섬진강』(1985) 이후 『맑은 날』(1986), 『꽃산 가는 길』(1988),

『누이야 날 저문다』(1988), 『그리운 꽃 편지』(1989), 『그대, 거침없는 사랑』(1993),

『강 같은 세월』(1995), 『마당은 비뚤어졌어도 장구는 바로 치자』(1996),

『그 여자네 집』(1998), 『콩, 너는 죽었다』(1998), 『그리운 꽃편지』(1999),

『누이야 날이 저문다』(1999), 『나무』(2002), 『연애시집』(2002),

『그대 거침없는 사랑』(2003), 『그래서 당신』(2006),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2008), 『수양버들』(2009),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2013)

등을 간행하였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들려주는 어린이 동화집과 글쓰기에 관한 책도 많이 펴냈다.

시 해설집 『시가 내게로 왔다』(2001)를 비롯하여 산문집 『김용택의 어머니』(2012),

『김용택의 교단일기』(2013), 『내가 살던 집터에서』(2013),

『살구꽃이 피는 마을』(2013) 등이 있다. 1986년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1997년 소월시문학상, 2012년 윤동주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김용택 [金龍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