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히/권상진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꼿꼿한 자세만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과 사람의 틈
비스듬히 보아야
세상이 살갑게 보일 때가 있다
예의처럼 허리를 숙여야 오를 수 있는 산비탈 집들
첫차에 등을 기댄 새벽의 사람들
기대고 싶거나 주저앉고 싶을 때
손 내밀고 어깨 주는 것은
언제나 비스듬한 것들
삐딱하다는 것은
홀로 세상에 각을 세우는 일이지만
비스듬하다는 말은
서로의 기울기를 지탱하는 일
더러는 술병을 기울이면서
비스듬히 건네는 말이
술잔보다 따듯하게 차오를 때가 있다
기울어짐으로 완성되는 따뜻한 연대
권상진의 <비스듬히>는 꼿꼿한 직선의 세상에서 벗어나 '기울어짐'이 지닌 포용성과 연대의 가치를 나직하게 건넨다. 시인은 고개를 숙이고 몸을 기울일 때 비로소 세상과 사람의 '틈'이 보이고, 소외된 이웃들의 삶이 살갑게 다가온다. '삐딱하다'는 것이 세상에 각을 세우는 독단이라면, '비스듬하다'는 것은 서로의 기울기를 지탱하며 어깨를 내어주는 따스한 위로다. 술잔을 기울이며 비스듬히 건네는 말 한마디가 차가운 세상을 데우듯, 시는 혼자 서성이는 이들에게 서로를 향해 비스듬히 기대어 함께 살아가는 연대의 온기를 일깨워준다. 禹
권상진
2013년 전태일문학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2015년 복숭아문학상 대상.
2018년 경주문학상 .
2021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
시집 『눈물 이후』 『노을 쪽에서 온 사람』 합동시집 『시골시인-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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