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작품♡]바람 한 봉지/김경숙

작성자우병택|작성시간26.06.12|조회수19 목록 댓글 2

바람 한 봉지/김경숙

 

과자 봉지에 빵빵하게 들어찬

한 봉지의 바람

단맛들이 가득한 진공 속은

공기도 없으면서 저절로 부풀고

쪼그라드는 달을 닮았다

 

아주 오래전 지구사람이 찍어 놓은

그 발자국도 그 모양 그대로 있겠지

어쩌면 달은 그 발자국 하나를 지키려고

숨도 쉬지 않고 펄럭거리지도 않고

부풀고 수축하는 그 간격으로

두근거리고 있을 것이다

 

흔들면 소리가 나는

단맛 섞인 바람 한 봉지

뜯는 순간 달은 보름의 그 환한 불을 서둘러 끄고

칠흑으로 변할 것이다

 

깜깜한 달에선 유독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잦았다

어둠의 또 다른 표현은 바스락거림

손은 어둠을 분리하지만

손을 피하는 어둠은 없다는 뜻이다

 

누구나 가끔 뜯고 싶은

어둠 한 봉지가 있다

 

****

과자 봉지에서 발견한 우주적 고독과 소멸의 미학
​이 시는 일상적인 '과자 봉지'의 빵빵한 공기에서

'달'이라는 우주적 존재를 길어 올리는 탁월한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진공 속에서 부풀고 수축하는 과자 봉지는 숨죽인 채 지구인의

옛 발자국을 지키는 달의 두근거림으로 확장된다.
​하지만

이 달콤한 환상은 봉지를 뜯는 순간 보름달의 환한 불이 꺼지듯

'칠흑'의 어둠과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변한다.

시인은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는, 뜯어서 마주하고 싶은

'어둠 한 봉지'의 미학을 통해 현대인의 근원적인 고독과 비움의 갈망을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禹

 

김경숙 시인

화천에서 출생하여 서울에서 성장

《월간문학》시부문2007년 등단.

서울디지털대 문창과 졸업

현)지헌야생화 연구소장

한국바다문학상, 해양문학상, 부산문학상 본상, 세종문화예술상대상

모던포엠 문학상, 부산시단 작품상, 천강문학대상

저서: 『소리들이 건너다』 『이별 없는 길을 묻다』 『먼 바다 가까운 산울림』 『얼룩을 읽다』 『빗소리 시청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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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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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소화 이병화 | 작성시간 26.06.12 어마어마하게 수상도 많이 하신 분이네요. 과자봉지 속 바람을 소재로 달나라까지 다녀오셨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우병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4
    벌써
    오래전에 발표된 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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