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웃음/ 김사리
초고층빌딩 전광판이 키득거리고 있다
덧니가 보일락 말락
수시로 얼굴 바꿔가며
눈과 귀를 교란시키며
한껏 달궈진 보름달을 뒤집으면
잘 익었을까 덜 익었을까
아니면 새까맣게 타버렸을까
뒤집기 전의 얼굴은
다리미로 다린 듯 반반한데
배후가 궁금한 저 웃음,
표정 속에 잠기면
처음엔 눈
다음은 마음
마지막엔 무엇을 빼앗길까
여러 번 베어 먹힌 나는
당신이 내민 사과를 의심한다
움켜쥐는 데만 혈안이 된 사과는
딴전 피우는 것을 싫어하므로
나는 피가 나도록 얼굴을 문지른다
사과는 반쯤 올라간 입꼬리를 놓치지 않는다
무심코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뒤통수를 훅 치고 들어온 맛
잠금장치를 풀면
맛에는 어떤 꼼수가 숨어 있을까
귀신의 곡소리 같은 웃음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두 귀는 유용하다
헛웃음은 멍든 줄 모르는 사과
먹구름 사이로 웃음이 박은,
수많은 못이 박힌 과육은
껍질 속에 숨긴 모노드라마
베일에 가린 웃음의 경계면에 선다
아기의 배냇짓이 미치도록 그리운 날,
떨어져 나간 벽보가 담장 밑을 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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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거짓된 표상과 본질 상실에 대한 경고
〈수상한 웃음〉은 화려한 도시 이면에 숨겨진 현대 사회의 가식과 기만을
‘사과’와 ‘웃음’이라는 강렬한 시적 오브제를 통해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초고층 빌딩의 전광판처럼 수시로 얼굴을 바꾸는 세상은 본 모습을 감춘 채
끊임없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매혹하고 빼앗아 간다.
무심코 베어 문 사과 속에서 '뒤통수를 치는 맛'과 '꼼수'를 발견하듯,
화자는 겉으로 반반하고 달콤해 보이는 유혹 뒤에 도사린 수상한 의도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결국,
시인은 먹구름과 못이 박힌 상처투성이 과육을 감춘 '모노드라마' 같은 현실 속에서,
가식 없는 순수함(아기의 배냇짓)을 그리워하며 현대인의 상실감을 깊이 있게 성찰하고 있다.禹
김사리 시인
경남 밀양 출생
2014년 《시와사상》등단
2024년 아르코 창작기금 발표지원 수혜
시집 『파이데이』(2019년) ,『유형, 유형들』(202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