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작품♡]하늘로 걸어가는 나무/김영미 시인

작성자우병택|작성시간26.06.16|조회수16 목록 댓글 2

김영미 시인 / 하늘로 걸어가는 나무

 

 

버스를 기다리다가

하늘로 걸어가는 나무들을 보았다.

약속이나 한 듯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나뭇잎이 누렇게 떨어지고 있는 늦가을

고양이 울음소리

아버지 구둣발 소리가 골목 안으로 접어들었다.

골목이 골목을 업고 갈 때,

등에 진 짐 나누어질 등이 없을 때

나무 아래 풀잎도 몸을 떨며

느릿느릿

뒤돌아보면 어둠으로도 되돌리지 못하는

그 길을

아버지와 함께 지친 발걸음으로

하늘로 걸어가는 나무들을 보았다.

 

시집 『기린처럼 걷는 저녁』(걷는사람, 2020) 중에서

 

  삶의 무게를 지고 저무는 길을 걷는 부녀의 초상
  저묾의 시간 속에서 발견한 숭고한 보행,

  늦가을의 쓸쓸한 저녁 풍경을 배경으로, 평생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온 아버지의 지친 뒷모습과 그 길을 함께하는 화자의 시선을 담담하면서도 애틋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의 공간은 ‘버스를 기다리다’ 마주한 늦가을의 어스름한 골목길이다.

  '어두워지는 하늘', '누렇게 떨어지는 나뭇잎', '고양이 울음소리'와 같은 감각적 배경은

시 전체에 가라앉은 슬픔과 쓸쓸함의 정서를 형성한다.

  이 적막을 깨고 들려오는 ‘아버지 구둣발 소리’는

 우리 시대 모든 아버지들이 짊어진 고단한 삶의 무게를 청각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골목이 골목을 업고 갈 때

   등에 진 짐 나누어질 등이 없을 때"

라는 구절은 삶의 고독과 책임감을 탁월한 은유로 표현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짐이 되거나 혹은 그 무거운 짐을 오롯이 홀로 감내해야만 했던

아버지의 고단함이 서글프게 다가온다. 그 앞에서 나무 아래 풀잎조차 몸을 떨며 슬픔을 공유한다.
​시인이 바라본 '하늘로 걸어가는 나무들'은 단순히 자연물이 아니다.

그것은 '어둠으로도 되돌리지 못하는 그 길'을,

'아버지와 함께 지친 발걸음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존재들이다.

즉, 대지에 뿌리를 박고 하늘을 향해 자라나는 나무의 숙명처럼,

삶의 고단함(지친 발걸음)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생의 길을 걸어

마침내 초월적 공간(하늘)으로 향하는 인간의 숭고한 뒷모습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시는 늦가을의 하강적 이미지와

아버지를 향한 연민의 시선을 결합하여,

비록 지치고 저물어갈지언정 묵묵히 생을 걸어가는

인간의 발걸음이 지닌 저력과 슬픈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전달하고 있다.

 

김영미 시인

 

서울에서 출생.

대전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졸업.

2012시현실에 시를 발표하고,

2018시와 경계신인상을 통해 본격적인 작품활동 시작.

저서로는

시집으로 기린처럼 걷는 저녁(걷는사람, 2020)

연구서 정지용 시와 주체의식,

교재 대학인의 의사소통과 협력,

산문집 옥천, 물빛 그리움등을 펴냄.

현재 대전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강의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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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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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소화 이병화 | 작성시간 26.06.16 잘 감상했슴다.
  • 답댓글 작성자우병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6
    요즘
    가까운 형님의 수필집 발간을 돕느라
    많이 바쁘구만요.
    꾸준히 디카시 발표해 주셔서
    고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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