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行 인가, 죽음行 인가?

작성자하늘과 땅|작성시간26.06.06|조회수19 목록 댓글 1

​나는 천국행인가, 죽음행인가?

​햇볕은 눈부신 6월의 태양이지만, 나무 그늘 밑은 가을바람처럼 스산함을 넘어 서늘하게 다가온다.
상당산성으로 올라가는 터널 입구 공원, 등받이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어 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증명하듯, 공원에 줄지어 선 바람개비들은 연신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문득 우리의 삶을 바람개비나 다람쥐 챗바퀴에 비유하던 말들이 떠오른다. 우리는 왜 일상에서 부단히 무언가를 해야만 불안을 면하는 것일까.

가끔은 마음 편히 쉬는 것조차 무언가 잘못 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이 "현대인의 불행은 조용히 골방에 앉아 사색하지 못하는 것"이라 갈파한 이유도,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현대의 역설적인 농담도 모두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은퇴 후 70 고개를 넘긴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생계의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았고,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며, 언제든 하늘을 쳐다보며 천성을 향해 마음을 둘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머리로 아는 품성과 삶에서의 실천이 일치하지 못할 때면 깊은 자괴감과 수치심이 밀려온다. 지식과 행동의 괴리 속에서 좌절과 패배의 늪을 허우적거리는 나 자신을 마주할 때면, 야속함과 환멸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인도 사람들은 예순이 넘으면 거울을 보며 만족스럽게 이런 기도를 바친다고 한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제가 마침내 늙었군요. 저는 이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인 '신에게로 돌아가는 여행'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에게로 돌아가는 여행이란 과연 무엇일까 곰곰이 되짚어본다.

그것은 천국행일까,단순한 죽음행일까.
죽음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당도하는 종착지이지만, 천국은 결코 거저 주어지는 곳이 아님을 안다.

만약 아무런 노력 없이 우연히 갈 수 있는 곳이 천국이라면, 그곳은 이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발 디딜 틈조차 없었을 테니 말이다.

​유월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가만히 나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그저 죽음을 향해 흘러가고 있는가, 아니면 천국을 향해 정성스럽게 나아가고 있는가.

​아, 이것이 문제로다!

​2026년 6월 6일
상당산성 입구 공원에서, 정종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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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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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우병택 | 작성시간 26.06.14
    貴한 말 잘 새겨 둡니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제가 마침내 늙었군요.
    저는 이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인
    '신에게로 돌아가는 여행'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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