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의 수수께끼

작성자유레카유|작성시간26.06.14|조회수21 목록 댓글 1

  짤랭이와 은성이 그리고 나, 셋이서 자주 어울려 다닌 것을 보면 국민학교 3, 4학년인 것 같다.

오리쯤 되는 등·하교 길은 어린 꼬맹이들의 발걸음으로는 지금 생각해보니 상당히 먼 길이었는데, 개근상 또는 정근상을 탔다는 것을 생각하니 기특한 생각이 든다. 6년 동안 개근상보다 주로 정근상을 탄 나는 1년에 한두 번은 꾀병이 발동해서 그랬다. 그만큼 어린 나에게는 오리가 되는 등·하교 길이 멀고 지루한 거리였다.

 

 귀암(현:규암)에서 장암으로 이어지는 신작로길,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 졌다는 이 길은 면소재지를 조금 벗어난 돌말에서 시작하여 금강 변의 둑 위로 길을 내어 우리 동네 윗딴펄까지 이어지다가 그 다음부터는 평야를 가로질러 장암까지 길이 이어져 있었다.

자갈이 깔린 신작로 위를 간혹 차가 지나가면 뿌연 흙먼지가 사방으로 날리곤 했는데, 강바람 따라 먼지 방향이 정해지기도 했다. 먼발치 도라꾸가 뿌연 흙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다가오면 흙먼지를 피하고자 걸어오던 신작로길 반대 방향으로 뜀박질할 때가 가끔 있었다. 그러면 운전석 창문 너머로 얼굴을 내밀며 위험한 행동에 대한 질책으로

, 이놈들아! 차 오는거 안보여...’

디질려고 환장했구먼!’

이런 욕지거리를 수시로 들어야 했다.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뚝방길 신작로 위를 걸어서 집에 오는 길이었다. 사방이 확 트인 이 길의 동쪽에는 금강의 두 물줄기로 둘러싸인 하얀 모래섬 몽유도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지평선이 아른거리는 구룡평야의 푸른 들판을 보며, 제비꽃을 따고, 강아지풀 놀이도하고, 까치밥으로 친구를 놀려 먹으면서 집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그날도 어쩌다 지나가는 도라꾸(트럭)가 흙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뒤에서 다가오고 있을 때, 먼지를 피해 신작로 반대편으로 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려 먼지를 등지고 셋이서 쪼그려 앉아 트럭을 맞이했다. 자갈길 덜커덩거리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우리를 덮치고 지나갔다.

우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흙먼지를 차의 꽁무니에 달로 달리는 멀어져가는 트럭을 바라보았다. 그때, 먼지 속에 섞여 휘날리는 종이 한 장

저게 뭐지?’

다시 눈을 껌벅이며 쳐다보다가

, 돈이다.’라고 동시에 외쳤다.

짤랭이는 잽싼 몸놀림으로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낯익은 종잇조각을 낚아챘다.

성취감에 도취한 짤랭이는 지폐를 흔들며

‘100원여, 100!’ 연거푸 외쳤다.

은성이와 내가 다가가니 지폐를 펼쳐 보이며

보긴 니가 먼저 봤지만 줍기는 내가 주웠지.’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잠시, 서로 얼굴을 바라보다가 짤랭이가 입을 열었다.

같이 헌건데, 나눠 갖자.’

그런데, 100원을 어떻게 셋이서 나누지?’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짤랭이는 뭔가 좋은 방도가 생각이 난 듯

이리와! 이리 와봐!’ 소리치며 학고방(구멍가게)이 몰려있는 윗딴펄을 향해 쏜살같이 뛰어갔다.

 

 아삭아삭 10원짜리 라면땅 한 봉지를 셋이서 나누어 먹으면서 봉창속에 딸랑딸랑동전의 가락에 맞춰 집으로 가던 그날은 ?’ 먼지속에서 돈이 휘날렸는지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어려서 그랬나?

흥분 때문일까?

100원의 출처를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아주 어릴 적, 70년대 추억을 더듬다가 문득, 운전수와 조수 두 분 중 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 그랬을까?’

 

1) 귀암(:규암) : 면 소재지에 있는 자온대에서 유래. 수북정 정자 밑에  깎아 세운 듯한 바위, 겨울에도 바위가 따뜻해서 자온대라 함. (백제 시대부터 내려오는 전설.)

2) 장암 : 넓은 바위가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먹 바위, 맛바위, 거북바위)

3) 돌말 : 백제시대에 외성이 있었던 곳으로 무너져 내린 돌이 많아 붙여진 이름.

4) 짤랭이 : 동네 친구 중 키가 제일 작음.

5) 은성이: 하굣길에 우편배달부를 만나면 우리 집 편지왔유?’라고 묻던 친구인데, 한 번은 우편배달부가 니네 아버지 이름이 뭔데?’라고 묻자. 그 후에는 우편배달부를 만나면 은성이 편지왔유?’라고 물어서 별명이 .

6) (콩나물) :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 더 큰 키 때문에 지어진 별명. 다른 친구들의 별명은 자연스럽게 불리어졌지만 내게 어쩌다 콩나물이라고 부를 때면, 나는 주먹을 불끈지며 이잇~하면 멈칫하며 ...하며 우물쩡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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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우병택 | 작성시간 26.06.14 재미 있게 감상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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