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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호입니다.

기억 재생

작성자민준호|작성시간22.05.10|조회수2,794 목록 댓글 12

이삿짐 아저씨들이 짐을 내리고 있음.

나는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아저씨들이 요청하면

심부름을 하는 역할을 맡음.

근데 딱히 할 일이 없음.

그래서 핸드폰 뒤적이다 낯선 사진을 봄.

이게 뭐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저긴 어디지?

왜 눈을 저렇게 뜨고 있는거지?

나는 저 사진의 의미를 찾기 위해 비슷한 시간에 찍은

사진들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이 사진 뒷편에 창동역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뒤이어 구로역이라는 사진이 보인다.

이 사진에는 내가 없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보니

유리에 내 모습의 일부가 비쳐보인다.

이제 생각났다.

연구실 직원들과 창동에서 회식을 했다.

회식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 나에게

직원들은 택시를 타고 가라고 권했으나

택시는 담배냄새가 나서 싫다고 전철을 고집했다.

밤에 깊이 자지 못하고 아침에 수업을 하고

오후에 일을 처리한 다음 극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회식을 해버리는 바람에 금새 취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건재하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 중간중간 사진을 찍은거다.

창동역에서 구로행 막차를 타고 자리에 앉아서

잠깐은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나

쌓아둔 피로가 순식간에 쏟아져 나와서 그만

전철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잠들어 버렸다.

중간에 대방역에 내려야했는데 깊은 잠에 빠져서

그럴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막차라서 대방에서 몇 구간 안되는 구로에서

내린거지 좀 일찍 탔더라면 월미도 바이킹 구경하거나

호두과자 먹으며 새벽 첫차를 기다릴 뻔 했다.

구로역에서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이 많았다.

요즘 운행 택시가 많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아직 술에서 완전히 깨진 못한 상태라

택시 잡기 경쟁에서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현타가 왔었나?

아님 수면장애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데

전철에서 잔 깊은 잠으로 오랜만에 느껴본 개운함이

웃겼었나?

지금 내 얼굴이 어떤지 궁금했었던 것 같다.

역광장에 거울이 있을리 없으니 핸드폰을 꺼냈다.

처음에는 그냥 얼굴 상태만 확인하려고 했는데

그 상태를 기록하고 싶었던 것 같다.

셔터 버튼을 눌렀다.

민팸들이 나더러 사진 고자라고 하던데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다.

나름 깊은 사색과 복잡한 생각이 교차하던 순간을

저런식으로 남겨놓다니

어떤 의미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데

저 몇 장의 사진이 없었다면 기억속에서 지워진

하루가 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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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행복한티거 | 작성시간 22.05.10 사진에 킬포가 4개나 있던 그날이네요ㅋㅋㅋ 그 사진 찍으시고 바로 주무신거군요 쌤💚 이래서 인생에서 기록이 중요한건가봐요!ㅋㅋㅋ
  • 작성자뚜비루 | 작성시간 22.05.10 약간.. 남의 일기 훔쳐보는 느낌이 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작성자gudo | 작성시간 22.05.1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쌤 글 덕분에 웃어요항상 ㅜㅜ 💛💛비타민준호
  • 답댓글 작성자gudo | 작성시간 22.05.10 진짜 윗댓글 브로콜리인형닮았어요 ㅋㅋ
  • 작성자솔직하기 | 작성시간 22.05.10 막줄에 눈물 나려고 하는 나... 정상인가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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