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지 않은 삶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실망스런 하루를 보냈다면, 그 실망감을 견뎌냈던 것 또한 최선을 다했던 삶입니다.
새벽 찬바람 가르며 독서실로 향하고,
찌뿌둥한 몸으로 오전을 보내고,
점심 먹고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고,
자다가 일어나서 자책하고,
친구의 인스타에 들어가서 일상을 구경하면서 쪼그라진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부가 잘되면 당장이라도 합격할 것 같이 설레다가
이상하게 집중이 되지 않아 계획한 양의 절반도 끝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그래서 문득 '이러다가 안 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느낌을 가지고,
분명히 좋은 의도로 한 '요즘 공부 잘 되냐?'는 말을 듣고 짜증을 내고,
그러다가 가족한테 그러면 안되는데...라고 후회를 하고,
문제가 잘 풀리는 날에는 기분이 좋았다가
그렇지 못한 날에는 당혹해하고
공부한다고 이렇게 살쪄도 되나...걱정을 했다가
그래도 사람인데 할 건 하고, 먹을 건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이랬다 저랬다 줏대없는 자신에 대해 자책을 하고,
좋았다가 나빴다가
뜨거웠다가 차가웠다가
들떴다가 침울하다가
자신감이 넘치다가 불안감이 엄습했다가
갈피를 잡지 못하며 꾸역꾸역 책을 펴고 하루를 보냈으니
내가 닿은 곳이 어디쯤이든 나는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오른손을 앞으로 쭉 내밀어보세요.
그 손을 접어서 손바닥을 왼쪽 어깨에 올려놓아 보세요.
손 닿은 곳을 툭툭 치면서 말하세요.
"고생했다. 대견하다. 사랑한다."
그럴 자격 있습니다.
제가 1타 강사를 할 때 제 수강생의 수가 전체 합격자 수보다 많았습니다.
그래서 시험 전날 "모두 합격하세요"라는 말이 수학적으로 성립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말을 다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모두 합격하세요.
고생하셨습니다.
대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