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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작성자송갑윤|작성시간26.06.11|조회수4 목록 댓글 0

 



길 


'길’은 사람들이
정말 자주 쓰는 흔한 말입니다.

나는 이상하게 이 한 글자 단어가
오래전부터 참 좋았습니다.
 
그 어감이 입에 착 감깁니다.
긴 세월 참 친구처럼 다정하게
긴 여운을 줍니다.

‘에움길’
이 뜻을 모르는 이도 많을 거 같습니다.
‘빙 둘러서 가는 멀고 굽은 길’
이라는 뜻입니다.
 
둘레를 빙 둘러 싸다는 동사 
‘에 우다’에서 나왔습니다.

지름길은 질러가서 가까운 길이고
에움길은 에둘러 가서 먼 길입니다.
 
‘길’은 순수 우리말입니다.
 
한자를 쓰기
전부터 길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신라 향가에도 나옵니다.
길을 칭하는 말들은 거개가 우리말입니다.
 
그런데 길 이름에는 질러가거나
넓은 길보다 돌아가거나 좁고 험한
길에 붙은 이름이 훨씬 많습니다.

우리 인생사처럼 말입니다.

집 뒤편의 뒤안길,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고샅(길),
꼬불꼬불한 논두렁 위로 난 논틀길,
 
거칠고 잡풀이 무성한 푸서릿 길,
좁고 호젓한 오솔길, 

휘어진 후밋길,
 
낮은 산비탈 기슭에 난 자드락길,
돌이 많이 깔린 돌서더릿 길이나 돌너덜길,
 
사람의 자취가 거의 없는 자욱길,
강가나 바닷가 벼랑의 험한 벼룻길

‘숫눈길’을 아시나요?
눈이 소복이 내린 뒤
아직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그대의 첫 발자국을 기다리는 길입니다.
 
‘길’이란
단어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참 문학적이고 철학적이고 사유적입니다.
 
‘도로’나 ‘거리’가
주는 어감과는 완전 다릅니다.
 
‘길’은 단순히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니는 것 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길이 없다”거나
“내 갈 길을 가야겠다”라는
표현에서 보듯 길은 삶에서의
방법이거나 삶 그 자체입니다.

영어 ‘way’도 ‘street’와

달리 같은 중의적 의미를 갖습니다.
 
서양 사람들도 길에서 인생을
연상하는구나 싶어 신기했습니다.
 
불교나 유교, 도교 등 동양 사상에서의
공통적 이념도 道라고 부르는 길입니다.
 
우리는 평생 길 위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헤매고,
누군가는 잘못된 길로 가고,
누구는 한 길을 묵묵히 갑니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길도 있습니다.
탄탄대로가 있으면 막다른 골목도 있습니다.

세상에 같은 길은 없습니다.

나만의 길만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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