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보고 오히려 오빠가 더 인격적으로 동감이 가고 딸은 아빠를
이해 못한데다 오빠네 귀한 밭에 불을 싸지른 미친X 취급을 하는 글들이 종종 보이는데.
그럼 기억을 더듬어 과연 여동생이 나쁘고 오빠가 착한지? 정말로 그럴지? 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우선 그 마을의 상황을 보겠습니다.
주인공 쿠퍼가 파도가 산 높이로 솟아오르는, 사상의 지평선[블랙홀의 일종의 귀환한계선. 여기선 상대성 이론의
타임머신 효과가 나타난다]에 아슬아슬 걸쳐진 행성에서 장장 20여년이 넘게 삽질을 해대고 돌아오자마자 한 것이
메시지 확인입니다.-행성 안에선 몇시간이었지만-
여기서 아들이 결혼하고 득남도 하는 기쁜소식을 접하죠.
그런데 이어지는 메시지들은 암울하게 변해갑니다.
겨우 얻은 첫아이를 먼지 때문에 잃게되었고 아들을 잃은 쿠퍼의 장남은 아버지는 오래전 우주에서 죽었을테니
이 메시지는 우주에서 사라질거란 절망적인 푸념을 합니다.
이미 이때 그 마을은 어린아이들이 살기 힘들만큼 악화된 상황입니다.
아들이 여러번 메시지를 보낼동안 겨우 한번 메시지를 보내며 칭얼대는 딸은 사실 그동안 열심히 브랜든박사와 함께
아버지를 돌아오게 할 수학[.....]에 몰두해 있었습니다.
이때까지도 막내딸은 아버지는 살아있고 자신들과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용쓴다고 믿고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딸이 나중에 오빠와 말다툼 하면서 아빠가 자기들을 버리고 갔다고 외치는건 계획의 입안자인
브랜든 박사가 죽기전 고백한...
"그들은 돌아오지 않고 지구는 처음부터 버려지는게 진실이다.
계획 A는 쿠퍼와 다른 박사들-자기 딸을 포함-을 우주로
내보내기 위한 낚시였고 오직 플랜B만이 진짜 계획이다."란 말때문이죠.
이 말다툼에서 오빠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말은 한마디도 안합니다.
동생에게 아버지도 못한걸 네깟게 할수 있겠냐는 불신감만 내비치죠.
어차피 동생이 하는 "아빠가 자기들을 버리고 갔다"란 외침은 오래전 오빠 자신이 도달한 결론이기도 합니다.
동생은 오빠가 마을에 남으려는 행동을 아빠에 대한 미련으로 잘못해석하고 그런말을 한건데 오빠는 니는 헛다리 짚었다
란 식으로 자길 기른건 할아버지고 지금은 집앞에 묻혀있다라고 말하죠.
본래 농장은 외할아버지의 것이고 실직자가 된 그 사위 쿠퍼는 울며 겨자먹기로 농부가 된겁니다.
그런 쿠퍼에게 노인이 된 장인이 젊은 세대가 죽어버린 세상을 어떻게든 해야지 안냐며 한말씀 하십니다.
대사를 좀 더 보면 늙은 장인의 윗세대의 업보에 대한 자책과 쿠퍼와 어린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다시 마을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오빠네 마을의 상황은 여동생이 나사의 의사출신 남자와 차를 타고 진입할때 더 심각하게 드러납니다.
길가에 차들이 마을을 벗어나는 차선에 열을지어 늘어선 이 모습은 "피난길"입니다.
러시아워가 있을일 없는 천조국 시골길에 이런 러시아워의 의미는 휴가철과 피난길 둘 중 하나입니다.
짙은 먼지바람 외에도 곳곳에 연기가 솟아나는 옥수수밭들이 보이는데 이건 떠나면서 미련을 아예 없애려는 농부들의
자기밭을 불태우는 행위입니다.
이 마을엔 희망이 없음을 별다른 설명없이 화면으로 보여주는 장치죠.
머피와 함께 집에 찾아간 의사는 아이보다 아이엄마를 먼저 진찰하며 기침 한지 얼마나 되었냐고 묻습니다.
대답은 "꽤 되었다."
머피가 의사한테 어떠냐고 물으니 "상황이 안좋다. 당장 떠나야 한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진찰하죠.
아이가 아닌 어른을 진찰한 결과가 어서 떠나야 할 정도면 그 어린애는 안봐도 뻔하단 식으로
당장 마을을 떠나야 산다는 확증을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이걸 못 읽으면 머피의 방화가 미친X로 보이게 되는 섬세한 연출입니다.
둘째아이의 나이로 보건데 첫째 아이는 꽤 오래전 죽었고 그런 상황에서도 계속 버티던
마을 사람들이 결국 소중한 밭에 불을 지르면서까지 미련을 끊고 떠나고 있습니다.
이 피난차량의 행렬은 머피의 행보를 따라다니며 최소 두번 이상 보여줍니다.
피난행렬과 의사의 진단, 이 두가지의 장치를 준비한 제작진은 이번엔 머피가 오빠에게 마을을 떠나야
살 수 있다고 설득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대뜸 처음 나오는게 의사에게 죽빵을 날리는 오빠죠.
그런 오빠를 달래며 "진정해, 어서 여길 떠나야 해"라고 동생이 울먹이면서 애걸하다 둘이 말다툼 하고
머피는 뛰쳐나옵니다.
쿠퍼를 일방적인 딸바보로 보는 시각이 그닥 틀린게 없을 만치 이 영화는 오빠와 여동생 이 두 캐릭에게
처음부터 아주 차별적인 역할을 부여하였습니다.
영화 초반, 쿠퍼는 학교에 불려갑니다.
흑인선생은 아들내미의 성적으론 대학은 못가지만 좋은 농부가 될거라며 칭찬을 해댑니다.
백인여선생은 딸이 지금 음모론으로 규정된 아폴론호의 달착륙을 반 아이들에게 전파한다며
애 관리좀 하라고 아버지를 책하죠.
이시대에 좋은 농부가 될것이다란 칭찬이며 사회의 권장 모델입니다.
반면 과학자, 엔지니어등은 필요가 없다고 하죠.
아들은 이 사회의 필요한 농부감이며 딸은 위험한 반동분자란 식으로 교사들이 영화속 시대의
시각을 아버지와 관객들에게 알려줍니다.
아버지 쿠퍼는 좋은 장래가 기대된단 아들에 대해선 "못배운 농부가 되겠군."이라며 교사들을 공격하고 딸은
별 말은 없지만 쿠퍼의 출신을 생각하면 속으론 기뻐했을 것입니다.
특히 머피를 보고 엄마를 닮았다며, 차라리 자기가 죽고 엄마쪽이 살았다면 더 지혜롭게 아이들을 키웠을 거라 말하죠.
이건 거의 나오지 않는 죽은 아내에 대한 설명입니다.
쿠퍼 부부는 나사에서 같이 일한 엔지니어와 과학자였겠죠.
영화는 이런식으로 아주 단편적으로만 관객에게 정보를 전달합니다.
긴 러닝타임동안 집중력을 흐트리지 말아야 제대로 된 스토리를 알 수 있는 불친절한 영화입니다.
"못배운 농부" 가 된 쿠퍼의 아들내미는 의사의 목숨이 달린 권고를 죽빵으로 답례합니다.
[이것도 좀 차별적이긴 하죠....요센 농부도 많이 배워야 될 수 있는건데....]
이미 전에 첫 아들을 먼지폭풍으로 잃었고 둘째만이 아닌 아내도 기침으로 고생하는걸 알텐데도 우선순위에
옥수수밭을 둡니다.
다른 집은 가족의 안위를 위해 불태우고 떠난 옥수수밭을 말이죠.
이런식으로 영화는 머피가 오빠의 옥수수밭을 방화한 이유를 차근차근 미리 설명해 놓습니다.
그러면 안그래도 오빠한테 잔인하게 설정된 이 영화에서 오빠가 무식해서 우선순위를 착각한건 그렇다 치고
혹시 남편이나 아버지로선 좋은편이 아니었을까란 의문에 답을 해 보자면...
결론은 "NO!"입니다.
그 이유는 첫째.
집 안, 그것도 애 앞에서 손님을 주먹으로 치는 소란이 일어났는데 그 아내가 한마디도 하질 않은것 입니다.
보통 이런경우 정상적인 집안이면, 그것도 미국식 정서로는 이때 마누라 되는 사람이 애 앞에서 뭔짓이냐며
짜증을 내는 장면이 나와야죠.
영화상에선 잘렸지만 의사가 먼저 그 집 가장에게 이러이러하니 떠나야 한다란 설명을 했을것입니다.
가장인 오빠는 그를 강도나 마누라 불륜상대로 알고 때린게 아닐테니 말이죠.
자신과 아이를 공짜로 진찰해준 의사는 그 신원보증인이 살갑게 대해 서먹하지 않음을 증명한 시누이입니다.
그 시누이가 데려온 의사를 치는데 한마디도 안해요, 애 엄마란 사람이.
둘째.
머피가 옥수수밭에 불을 지른사이 의사가 자신들의 트럭에 아이와 엄마를 태우는데 이 둘은 군말않고...
아니,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탑니다.
이거저거 챙기지도 않고 최소한의 물건만 들고 급하게 탑니다.
과연 이 둘이 도망치려는 대상이 누굴까요? 먼지에 쌓인 마을? 아니면 그 집의 가장??
마을이 위험하단건 위에 죽 열거했습니다만....
그렇다면 아내와 아들은 의사에게 남편도 좀더 설득해서 같이 데려 가자라고 애원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그러질 않네요.
이 경우 둘중 하나입니다.
그 의사와 마누라가 정말로 불륜였고 어린아들도 각종 뇌물로 넘어간 상태다.
...아니면 그 가장이란 인간이 오래전 정나미와 신뢰가 떨어진 말종이었다.
과연 어느쪽일까요?
영화 인터스텔라는 쿠퍼의 가족을 통해 인류가 지닌, 혹은 앞으로의 미래에 결정적 역할을 할 "양면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장 아버지 쿠퍼는 "우주 엔지니어& 농부"라는 두 양면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버지 쿠퍼 앞에서 흑인교사와 백인교사가 내리는 두 아이에 대한 상반된 시각은 아버지의 양면을 각각 하나씩
물려받은 두 아이의 미래를 예고함과 동시에 쿠퍼가 가진 양면성의 차이를 강조하게 됩니다.
이건 바로 "땅에 머무는 무지한 인간"과 "무지를 탈출해 우주로 진출할 인간"입니다.
쿠퍼의 아들이 말하는 "날 키워준 할아버지는 집 앞에 묻혔어!"란 외침은 많은걸 시사합니다.
무덤은 "땅"과 "죽음"을 의미하죠.
이건 아버지를 이해하긴 커녕 그 반대로 무지와 먼지에 파묻힐 인류의 절망적인 방향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참 차별적이지만, 딸 머피는 농부가 아닌 우주엔지니어를 선택한 아버지의 의지를 계승한 쪽으로 나옵니다.
나중에 나오는 우주콜로니의 이름이 머피 쿠퍼를 기리는 "쿠퍼".....
애니메이션 "낙원추방"은 지상에의 계류[Stay]도 나쁘진 않다고 나옵니다.
하지만 인터스텔라의 경우는 낙원추방처럼 재앙이 지나간 이후 좀 안정된 지구가 아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앙이 진행중이라 문제입니다.
나중에 가서 머피 쿠퍼와 앤 해서웨이, 아버지 쿠퍼에게 멘붕을 선사할 브랜든 박사는 초반에 설명합니다.
지구상에 먼지뿐만 아니라 산소도 부족해져 인류는 멸망할거라고.
이게 뭘 의미하느냐면, 작물 뿐 아니라 다른 식물도 지리멸렬해 가는 중이란 거죠.
혹은 대기 구성성분 자체가 바뀌는 재앙이란 식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버지 쿠퍼는 농부로 지상에 남느냐, 우주엔지니어로서 떠나느냐의 기로에 서게됩니다.
사실상 Stay는 할아버지가 묻힌 무덤을 의미합니다.
하필 재앙도 모든걸 덮어버리는 먼지폭풍의 형태죠.
그리고 손주녀석은 그걸 지키고 있습니다...... 계속 마을에 계류Stay 하면 먼지로 죽은 첫 아이에 이어
둘째와 아내도 같은 장소에 묻히겠죠.
애니 "낙원추방"에서 주인공 안젤라가 지상에서 처음으로 한 일이 먼지와 흙을 먹는 괴랄한 짓이었습니다.
흙과 먼지는 서양 정신문명의 큰 축인 기독교에서 신이 인간을 만들때 재료로 쓴 더스트[Dust]를 의미합니다.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생명의 순환에 따라 영화 인터스텔라의 지구는 그동안 번영시켜온 생명에
죽음을 내립니다.
결국 쿠퍼는 농부도, 엔지니어도 아닌 아버지로서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리고 미래를 주기 위해
우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농부가 아닌 과학자에 의해 결실을 맺게 되구요.
꼭 옥수수밭을 불태우지 않아도 머피는 무식한 가장 때문에 폐폐색으로 동반자살에 휘말릴 올케와 조카를
어떻게는 구해내야 했을겁니다.
참 절묘하다고 해야하나.....부성애를 자극하는 말을 해데는 만박사와 쿠퍼의 사투.
그리고 우주물리학자 여동생과 옥수수바보 오빠의 갈등이 동시간대로 그려진단 것이죠.
인류의 미래를 가르는 두 싸움이 이렇게 스케일이 작다니.....
굳이 해석을 하자면 쿠퍼쪽은 지식독점층의 오만과 기만에 대한 싸움이겠고,
머피쪽은 무지와 미련에 대한 싸움으로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옥수수밭과 농부는 그동안 인류를 먹여살린 은혜로운 요소이지만 때가 오면 벗어나야 할 "지구"란 존재로
해석이 되겠습니다.
사실 오빠의 고집이 나중에 가선 참 허무한게.....쿠퍼 콜로니[...]안에서도 농사가 가능하니까요.
이상 인터스텔라의 소감겸 머피의 옥수수밭 방화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