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 제레가 행한 인류보완계획이 바로 유이의 계획이다란 해석들이 간간히 올라오더군요.
이에 대해 전에 올렸던 글을 다시 리뉴얼 해 올리겠습니다.
아래는 인류보완계획= 유이 설의 근간으로 활용되는 짤 입니다.
EOE에 나온 한 장면이죠.
후유츠키와 유이가 하는 대사입니다.
-후유츠키:
사람이 신을 흉내내서 에바를 만든다.
이게 진정한 목적인가?
-유이:
예, 사람은 이 별에서 밖에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에바는 무한히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속에 머무는 사람의 마음과 함께.
설령 50억년이 지나도, 이 지구도 달도 태양조차 없어져도 남아요.
단 혼자라도 살아갈 수 있어요.
굉장히 쓸쓸하지만 살아갈 수 있다면....
-후유츠키:
인간이 생존한 증거는 영원히 남는건가....
엔드 오브 에바, 그리고 에반게리온의 모든 테마와 메시지, 내용들 깡그리 무시하고 고작 저 장면에 나온 대사들만
보고서 이 모든게 유이의 계략이니, 유이의 목적은 인간이 살아온 증거를 우주에 남기는 건데 이게 겐도, 제레를 능가
하는 사이코패스 적 발상이라느니 하는 해석들이 보이더군요.
정말 그럴까요?
그럼 위 저수지의 후유츠키와 유이의 대화가 나오기 전.
한창 LCL에 온 인류가 통합되고, 그 와중에 신지가 레이, 카오루와 대화를 하는 부분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현실은 알지 못하는 곳에, 꿈은 현실의 속에.
사람의 마음이 자기 자신의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새로운 이미지가 그 사람의 마음도 형태도 바꾸어 버려.
이미지가, 상상하는 힘이 자신들의 미래를,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 가니까.
단,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어.
그러니까 잃어버린 자신은 자신의 힘으로 되찾는 거야.
가령 자신의 말을 잃어도 타인의 말에 혼란스러워져도,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자신을 이미지 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사람의 형태로 돌아갈 수 있어.
여기서 부터가 중요합니다.
바로 이 부분, "걱정할거 없어."부터가 바로 유이의 목소리 입니다.
걱정할 거 없어. 모든 생명에는 복원하고자 하는 힘이 있어.
살아가려고 하는 마음이 있어. 살아가려고만 생각하기만 하면, 어디라도 천국이 돼.
왜냐하면, 살아 있으니까.
행복해질 기회는 어디에라도 있어.
- 이 EOE 개봉 당시가 1997년이고 이때가 "자살"이란 사회문제가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떠오르던 시기죠.
때문에 이 "살아가려고만....." 대사는 감독이 관객에게 보내는 메시지란 해석이 당시의 주류였습니다.
이걸 유이 자신의 야망으로 해석하는건 비교적 최근에 나온 뜬금포로 아는데요.
모노노케 히메[1997년]의 "살아간다."란 테마도 이 분위기 속에서 나왔습니다.
저수지에서 후유츠키와의 대사 일부인 태양, 달, 지구가
여기에서도 반복됩니다.
"태양과 달과 지구가 있는한....괜찮아."
후유츠키와 대화 때에는 인간은 이 세 요소가 있는곳 에서만
살 수 있다는, 인간의 한계에 대해 말하며 에바의 영원성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이번 신지와의 대사에서는 이 세 천체가 있는 한 괜찮다고 말합니다.
"사람은 이 별에서 밖에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에바는 무한히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
-중략-
이 지구도 달도 태양조차 없어져도 남아요."-후유츠키와의 대화 중.
"걱정할 거 없어.
모든 생명에는 복원하고자 하는 힘이 있어.
살아가려고만 생각하기만 하면 어디라도 천국이 돼.
왜냐하면, 살아있으니까.
행복해질 기회는 어디에라도 있어.
태양과 달과 지구가 있는 한...괜찮아." - 신지에게[혹은 인류에게] 보내는 메시지.
후렴구 처럼 반복되는 "태양과 달과 지구." 란 문장이 있는 위의 두 구절은 유이 한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온 내용이죠.
그런데 이렇게 붙여놓고 보면 두 대사의 시각은 분명히 다릅니다.
후유츠키에게 한 대사가 태양, 지구, 달이 없어도 에바만 있으면 만사 OK란 입장이라면,
LCL에서 하는 말은 태양과 달과 지구가 있어야만 한다라 분명히 말합니다.
이 둘은 미묘하지만 분명히 다른 시각과 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에바는 인간의 필멸성을 초월한 ...태양, 달, 지구가 필요 없는 불멸체입니다.
반면 태양과 달과 지구가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연약한 필멸체는 인간입니다.
"이 지구도 달도 태양조차 없어져도 남아요."
"태양과 달과 지구가 있는 한...괜찮아."
결국 이 두 대사는 다른 입장, 다른 시각을 가진 별개의 의견으로 봐야지 더 자연스럽고 모순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에바를 중요하게 여기는 쪽은 누굴까요?
그리고 에바가 아닌 태양과 지구와 달이 있는 환경을 행복의 조건으로 여기는 쪽은?
후유츠키와의 대사가 유이 본인의 입장인지, 제레에게 들은것 인지 불분명한 반면 LCL 통합과정에서
말하는 "태양과 달과 지구가 있는 한...괜찮아" 는 분명 유이 본인의 진심입니다.
헌데 결말에 유이는 정작 스스로가 필요하다 말한 태양, 지구를 벗어납니다.
이때문에,
" 에바는 무한히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의 대사 처럼 유이는 애초에 초호기가 되어 우주로 나가는게 목표였다?
그럼 나머지 인간들에겐 굳이 "모든 생명에는 복원하고자 하는 힘이 있어."라면서
주절주절 말을 걸 필요가 없습니다.
생명의 복원이란 다름아닌 인류를 비롯한 지구의 생명체들이 LCL에서 돌아오는 것이죠.
그리고 신지가 선택을 한 뒤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대면하는 장면의 끝에.
"어머니는 어떡할거예요?"
하고 묻습니다.
신지의 이 물음에 유이는 대사를 치는 대신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바로 젖먹이 신지를 안고 후유츠키와 대화를 했던 당시를요.
위 저수지 스샷과 대사를 다시 보겠습니다.
-후유츠키:
사람이 신을 흉내내서 에바를 만든다.
이게 진정한 목적인가?
-유이:
예, 사람은 이 별 에서 밖에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에바는 무한히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속에 머무는 사람의 마음과 함께.
설령 50억년이 지나도, 이 지구도 달도 태양조차
없어져도 남아요.
단 혼자라도 살아갈 수 있어요.
굉장히 쓸쓸하지만 살아갈 수 있다면....
-후유츠키:
인간이 생존한 증거는 영원히 남는건가....
후유츠키의 "이것이 목적인가?" 란 질문과 유이의 "예."란 대답 사이에 주어가 없다는 점을 주목합시다.
"인간이 생존한 증거는 영원히 남는건가"의 목적을 위해 에바를 만들고 인류를 멸망시키는 계획을 세운
주체가 "유이"인지 "제레"인지의 구분이 없다는 것을요.
유이의 목적.
그건 위에 길게 나온 레이+카오루+유이와 신지의 LCL에서의 대화에 다 나와있다고 보면 됩니다.
EOE의 소제목인 "진심을 너에게"란 바로 위 장장 24장의 스샷을 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제레가 전 인류의 'LCL통합 + 아담 기반의 새로운 창세기.'를 목적으로 했다면.
유이의 목적은 'LCL에서 단 한명이라도 인류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희망.'인 것입니다.
이 확률 낮은 희망을 조금이라도 더 확실히 실현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초호기 코어에 융합하는 몰모트로 지원했고
누구보다 살아남길 원한 아들에게 초호기 파일럿이란 운명을 맡긴 것이죠.
단순히 LCL 동화가 아닌 초호기의 코어에 다이렉트로 융합한 유이는 다른 이들과 달리 돌아올 수 없다고 봐야 맞습니다.
실제로 다른 에바 코어에 융합된 사람들이 되돌아오는 장면도, 그런 설정도 없죠.
코어에 파일럿들의 친모가 융합된 설정에 대한 해석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는 이상 유이는 지구를 떠나 우주를 떠도는 것 외의 선택지는 없습니다.
힘이 해방된 초호기와 롱기누스의 창이 지구에 계속 있다간 훗날 뭔 사단이 날지 모르게 때문에..
"사람은 이 별 에서 밖에 살 수 없습니다."
제레는 태양, 달, 지구라는 요소에 붙밖힌 미약한 인류를 우주에서도 씐나게 날아다니는 아담의 자식들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곤 리리스 기반의 지구를 리셋하고 아담 족보로 갈아타려 했습니다.
리리스의 원죄니 속죄니 하는건 다 "열등감, 궁극의 생명에 대한 열망"이란 중2병을 가리기 위한 대의명분.....
...어쩌면 겐도가 그러했듯 타인을 두려워 하고 상처 입히는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혐오가 전 인류에
대한 혐오로 번진것일지도 모르지만요.
"태양과 달과 지구가 있는 한.....괜찮아."
유이는 그런 인간의 약함도 행복한 거라며 신지에게, 그리고 듣고 있을 다른 인류에게 LCL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라 말합니다.
이 대사와 같이 언급된
"걱정할 거 없어.
모든 생명에는 복원하고자 하는 힘이 있어."
- 이 말을 지나쳐선 안됩니다.
이건 바로 레이와 카오루가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그러니까 잃어버린 자신은 자신의 힘으로 되찾는거야.
가령 자신의 말을 잃어도 타인의 말에 혼란스러워져도.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자신을 이미지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사람의 형태로 돌아갈 수 있어"
- 이 대사를 연결하는 링크인 동시에 레이, 카오루, 유이가 같은 입장임을 증명하는 것 이니까요.
이렇게 이 셋이 한 목소리로 인류에게 돌아오라고 계속 중2병적 대사를 치는게 확실히 나옵니다.
애초에 리리스이니, 아담이니가 적힌 사해문서를 발견하고 아담을 발굴해 에바를 만든게 제레의 일당들.
-후유츠키:
사람이 신을 흉내내서 에바를 만든다.
이게 진정한 목적인가?
인간이 생존한 증거는 영원히 남는건가....
후유츠키가 말한 진정한 목적....신을 흉내내 에바[특히 양산형]를 만들고 초호기를 우주에 기념비로 남기는것...
이 계획은 제레의 것으로 보는게 권력의 크기를 봐도 자연스럽습니다.
유이는 제레 휘하의 일개 과학자로 그저 자신을 코어로 만들어 변수를 심는 것 이상의 힘은 없었죠.
그리고 유이가 마지막에 말한 " 굉장히 쓸쓸하지만 살아갈 수 있다면...."은 EOE 결말의 자신을 예상한게 맞을겁니다.
하지만 이 대사 하나만 두고 이게 유이의 야망이다????
유이 스스로가 태양과 달과 지구가 있는한 인류는 괜찮다라고 말했는데
정작 "혼자만 영원히 쓸쓸하게 우주를 떠도는 결말"이 유이의 목적이라면 이건 정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얻는것 보다
희생이 더 큰 개연성 없는 내용이 되어버립니다.
연출에서도 지구를 떠나는 초호기의 장갑이 파삭 삭으면서 빛깔을 잃는 모습이 나오는데 결코 희망찬 장면은 아니죠.
인류보완계획이 자신의 계획이고 야망이라면 우주를 홀로 망령처럼 떠도는 결말이 아닌 아서 클라크 원작의
"유년기의 끝" 처럼 초호기 안에 모든 인류를 융합시켜 외롭지 않은 엔딩을 만드는게 자신을 위한 겁니다.
이제껏 나온 정보와 설정에 의하면 유이에게 타인 혐오증이 있다란 얘기는 아예 없습니다.
아들마저 희생시키려 한 겐도도 혼자만 남는게 아니라 유이랑 같이 있는 결말을 원했죠.
고독은 굶주림과 더불어 인간을 미치게 만드는 최악의 고통중 하나입니다.[물론 굶주림이 더 고통스럽다지만]
신지를 비롯해 여러 인물들이 망가져 가는 중요 요인이 바로 "고독"임을 TVA에서 처절하게 보여줬습니다.
오죽하면 그 외로움을 해결하는 하나의 답이 "인류보완계획"일까요.
제레와는 별개로 신지 본인은 초호기 안에서 이 통합을 자신의 고독에 대한 해답으로 "잠깐이나마" 생각했습니다.
"....단 혼자라도 살아갈 수 있어요.
굉장히 쓸쓸하지만 살아갈 수 있다면..."
결국 이 대사는 전반적인 스토리 개연성과 문맥, 뉘앙스를 살펴봐도 거창한 야망이 아닌
모든것이 진행된 결과 남는 것을 그저 담담히 예상하는 내용으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LCL에 통합된 인류- 신지를 카오루, 레이와 함께 열심히 타일러 복원시킨 뒤 결국 쓰임이 다 한 초호기와
롱기누스의 창은 인류가 또다시 손 댈수 없도록 우주로 추방되어야 합니다.
어차피 제레의 계획데로였어도 리리스 기반의 초호기는 아담의 지구에 있을 자리가 없었을테죠.
LCL에 있는 인류와 달리 코어에 융합되어 끝까지 초호기에 남아 롱기누스를 휘둘러야 했던 유이는 레이와도
결별해 우주로 가는거 외엔 별 방도가 없었습니다.
후유츠키가 말한 제레의 의도데로 인류의 기념비로서 우주에 남는 것 말이죠.
단지, 그저 살아만 있다면 우주에서 뭔가 좋은 일을 발견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만이 있을 뿐 입니다.
이에 대해 "신지가 거절해서 유이의 통합계획이 실패한거" 아니냐란 의견도 있겠지만, 초호기를 폭주시키고
롱기누스의 창도 휘두를 수 있게된 유이가 과연 인간 신지를 마음데로 못 휘둘러 놔준것일지 의문이군요.
위 스샷 중 작별을 앞 둔 신지와 마주보는 유이가 하는 말이
"이젠 괜찮은거지?"
하고 묻는 겁니다.
이 대사는 카오루가 한 "다시 AT필드가 너나 타인을 상처입혀도 괜찮은 거야?"
란 질문의 연장선입니다.
신지 때문에 자신의 계획이 조금이라도 어긋난 거라면 이런 반응을 할리가 없죠.
흑막이 맞다면 리츠코가 겐도에게 하듯, 아니 그 절반만이라도 좀 집착을 해야합니다.
리츠코란 캐릭터는 집착하는 인물상[시대를 앞선 얀데레]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 엄마가 남긴 컴퓨터를 그 인격을 토대로 만들었단 이유만으로 엄마라 부르며 딸보다 남자를 택한다고
원망하는 모습이라니......마기 입장에선 리츠코가 아닌 네르프가 자식이라고.
"이제 괜찮은 거지?"
"행복이 어디 있는지, 아직 모르겠어.
그렇지만, 여기에 있어서 태어나서 어땠는지는 지금부터라도 계속 생각하겠어.
그래도, 그것도 당연히 몇번이나 눈치챘던 것 뿐이야.
자신이 자신으로 있기 위해서."
기묘함으로 넘치는 엔드 오브 에바이지만 캐릭터들 행동원리와 그 심리의 개연성을 씹어먹는 작품은 아니죠.
유이가 혼자 불노불사를 목표로 했다면 신지가 저렇게
"하지만 어머니는....어머니는 어떡할거예요?"
라고 묻지도 않을겁니다.
LCL바다 에선 서로의 모든걸 알 수 있으니까요.
"에반게리온"이란 작품을 볼 때 빼놔선 안될것이 바로 주인공 "이카리 신지"입니다.
신지를 제외하고선 제대로 된 해석을 할 수 없는게 또 이 "엔드오브에바"이구요.
이 EOE만이 아닌 에반게리온 전체의 주제는 신지가 LCL 속에서 나눈 레이, 카오루, 그리고 유이와의
대화에 다 나와 있습니다.
그건 "인간은 고독한 존재지만 언젠가 타인을 이해할 희망은 있다."란 겁니다.
이 LCL 의 바다속에서 유이의 아들 신지만이 유일하게 자아가 돌아온 인간으로,
레이, 카오루와 대화하며 인류의 운명을 결정짓는 주체가 됩니다.
"하지만, 난 한 번 더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때의 마음이 진짜라고 생각했으니까."
신지의 이 대사가 끝나자 마자 거대 리리스의 몸이 뒤로 뉘어지며 초호기가 왼쪽 눈에서 튀어나옵니다.
바로 통합의 붕괴입니다.
제레는 신지를 제물로.
겐도가 초호기를 움직일 열쇠[그것도 초반한정]로 신지를 이용했다면
유이는 위 대사에서 보듯 신지가 자기 자신으로 있고 싶은 자아를 존중해줍니다.
[이때 신지는 전 인류의 대표 비슷한 위치에 있는 상태.]
유이가 아닌 다른 존재가 초호기의 코어가 되었다면 LCL 안에서 신지에게 계속 말을 걸고 질문을 하는
상황도 없었을겁니다.
결국 인류가 다시 사람으로 복원될 가능성 자체가 막혀버렸겠죠.
아니, 그전에 파일럿이 된 사람은 사도와의 전투중 폭주도 없이 쇼크사 하거나 싱크로율 안전치 초과로
그냥 녹아버렸거나.
신지가 속한 반 전체가 어머니를 잃은-마르둑 계획에 의해 어머니가 코어로 융합된 예비 파일럿으로 내정되어
있습니다.
겐도는 언제 죽을지 모를 파일럿을 대체할 물건으로 "더미"를 만들어 TVA 중후반에 선보이구요.
초호기 파일럿은 코어 문제만 아니라면 꼭 신지가 아니어도 될 뿐더러 스페어 역시 준비되어 있었죠.
에반게리온의 코어와 그 파일럿은 영혼의 차원에서 서로 떼어낼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이는 작품의 메시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설정된 장치입니다.
신지가 결국에 인간으로 돌아오는 결말을 위해서 만들어진 중요 장치가 바로 유이이며,
또한 모든 캐릭터가 따로 노는 일 없이 결말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 되어진 제작각본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런 와중에 유이 혼자만 "고독하게" 영영 우주를 떠도는 야망이 성공했다란 해석은 제레와 겐도의
죽음과 비교해 봐도 생뚱맞고 TVA에서 부터 이어진 "인간의 이해"란 테마의 일관성을 해치게 됩니다.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고자 인간을 택한 주인공 신지의 선택을 그걸 도와준 유이가 부정하는 모순적 결론이
초래되는 것이죠.
유이의 대사만 보고 다른 내용들을 뭉텅 잘라낸 결과 생긴 이런 오류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에반게리온이란
작품 전체의 일관성이 어긋나버려 이상한 내용이 되어버립니다.
홀로 영원히 쓸쓸히 우주를 떠도는 것은 목적이 완료된 이후 남은 결과물 중 하나 일 뿐.[인류의 기념비]
내용상으로 봐도 유이의 목적은,
"인류보완계획으로 통합된 인류를 한 사람이라도 더 되돌리는것."
이 되어야 신지의 선택과도 충돌하지 않게 됩니다.
유이가 신지에게 했던 뺨을 쓰다듬는 행동은 잠시 뒤 아스카가 이어받게 됩니다.
신지가 아스카 목을 조른 이유 중 하나가 아스카가 미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엄마를 우주로 내쳤다란
생각에 멘붕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통합된 상태에서도 독설을 퍼부은 아스카에게 공포를 느껴서일 수 도 있겠고.
물론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별 중요하지 않은 사족이긴 합니다.
아니 애초에 한창 중2병 시기의 발랄한 애들을 이런 사지로 몰아넣은 어른들이 말종인거.
저 반복되는 행동의 미쟝센은 처음부터 기획된 것인 반면 아스카의 "기분나빠"는 성우의 즉석 애드립이었다고 하죠.
이 애드립과 별개로 유이가 한 같은 동작의 대사와 연결시키면 저건 "이제 괜찮은 거지?"란 의미로도 해석 가능합니다.
LCL 바다 속에서 일어난 일인 이상 아스카도 모든걸 다 봤을것이기 때문이죠.
LCL 안에 통합된 상태에선 싫건 좋건 모든 인간의 내면이 추한 면모까지 다 까발려지게 됩니다.
이때문에 신지가 식겁하기도 하고.
겐도는 여기서 자신의 속마음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들킨뒤 심판을 받아 응보를 받습니다.
유이가 목적한 것이 인류의 통합.....그 과정에서 초호기를 취해 홀로 영생을 누리는 것이었다면
저 자리에서 겐도처럼 심판을 받아야 맞습니다.
저렇게 레이, 카오루와 함께 판결자의 위치에는 설 수는 없습니다.
레이, 카오루, 유이는 "신지"라는 키워드로 "하나"가 되었기에 신지를 의도적으로 이용하고 괴롭힌
겐도를 용서하지 않습니다.
이때문에 끝에 가서,
"이제 괜찮은 거지?"
"행복이 어디 있는지, 아직 모르겠어.
그렇지만, 여기에 있어서 태어나서 어땠는지는 지금부터라도 계속 생각하겠어.
그래도, 그것도 당연히 몇번이나 눈치챘던 것 뿐이야.
자신이 자신으로 있기 위해서.
하지만 어머니는....어머니는 어떡할거예요?"
" 단 혼자라도 살아갈 수 있어요.
굉장히 쓸쓸하지만 살아갈 수 있다면...."
= 넌 신경쓸거 없단다."
"안녕히 가세요, 엄마...."
-이런식의 훈훈한[?] 모자상봉과 작별이 가능했던 것이죠.
다만 위 장면이 쓸데없이 웅장하고 하필 서드 임팩트의 결말로 처리 되어서 이게 결국 유이의 최종목표다란
식의 해석이 나올 여지를 만든건 맞습니다.
인간으로 돌아왔더니 목조르고 독설 내뱆는 시궁창에 비하면 유이쪽 결말이 훨씬 우아해 보이기도 하구요....
아야나미 레이를 환상속 이상형으로, 아스카를 현실속 이성으로 보는게 맞는 해석이라면
결국 유이가 융합한 초호기는 제레가 인류를 희생하면서 까지 꿈꾼 "초월적 이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에반게리온에서 말하는 현실은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이고 우주는 비현실적 피안의 세계입니다.
원죄니, 속죄니 하는 형이상학적 관념에 집착하는 제레의 이상향은 결국 피안의 우주로 되돌아갈 수 밖엔 없었죠.
현실과 공존할 수 있는 이상은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이상이든 낡고 부서져 시대의 뒤편으로 사라집니다.
어디까지나 무대의 주체는 "지구[현실]"이며 주인공은 "신지[인간]"입니다.
우주로 떠나간 유이는 무대 밖으로 퇴장하는....인류가 자립하기 위해 떠나보내야 할 하나의 상징입니다.
제레가 집착한 신의 완전성....혹은 겐도가 바라던 비현실적인 모성 말이죠.
괜히 태양,달, 지구가 강조되는게 아닙니다.
[인터스텔라의 쿠퍼: 충분치 않아!!]
유이가 회상을 통해 보여준 신지 질문에의 대답-
에바는 무한히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속에 머무는 사람의 마음과 함께.
설령 50억년이 지나도, 이 지구도 달도 태양조차 없어져도 남아요.
단 혼자라도 살아갈 수 있어요.
굉장히 쓸쓸하지만 살아갈 수 있다면....
-은 "어떡하긴 어떡하냐, 안죽으면 언젠간 좋은날이 오겠지." 로 해석 되어도 별 하자가 없습니다.[.....]
동시에 신지 입장에선 진정한 의미의 결별인사죠.
뭐, 설정상 에바는 영원하고 특히 초호기는 이제 롱기누스 까지 꿰찼으니 리리스나 아담처럼 어디 골디락스 행성을
발견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다만 기약이 없을 뿐.....그리고 그게 된다고 해도 리리스와 아담의 경우를 보건데 많이 고생스러울 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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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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