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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詩를 읽다

부분은 전체보다 크다 - 임동확

작성자전재완|작성시간26.06.06|조회수13 목록 댓글 0

부분은 전체보다 크다

 

임동확


 

한 마디 말이 천 냥 빚을 갚는다는 게 사실이라면,

한 개의 정자와 또 하나의 난자가 만나

한 아름다운 소녀와 한 튼튼한 소년의 몸과

정신으로 마침내 인류의 대열에 합류한다면

부분은 전체를 위한 합이 아니다

부분은 늘 전체보다 크다

연초록 느릅나무 이파리 하나가 보이지 않는,

흘러간 모든 시간의 흔적을 증명하는 것이라면,

철길 아래 깔린 무수한 포석(鋪石)의 하나가

더할 수 없는 쓸쓸함의 하중을 넉넉히 견뎌내며

시속 3백 km의 고속열차를 넉넉히 감당하는 중이라면,

때로 제지할 틈 없이 흘러내린 눈물 한 방울,

어떤 경우의 수에도 포함되지 않은 예외 하나가

문득 새로운 세계의 심장을 닿는다면

부분이 전체보다 먼저다, 악마도

천사도 이 부분 안에서만 날뛰거나 자유롭다면

부분은 전체의 합이다, 아니 부분이

그 모든 전체보다 무겁거나 거대하다

백 권의 역사서보다 김종삼의 「민간인」 한 편이

더 깊고 슬픈 얘기를 들려주는 것이라면,

마침내 풀뿌리까지 누워버린 김수영의 「풀」이

하늘과 대지, 바람과 비의 합창을 부르고 있다면

모든 전체는 허구다,

모든 부분 그대로가 전체다

한 개의 조사(助詞), 한 구절의 문장이

혹은 한 편의 시가 단숨에 저 멀리

몇 백 광년의 우주로 달려갈 수 있다면,

한 시인의 눈이 여전히 광속보다 빨리 사라지는

영원의 어깨를 붙들고자 밤새 앞서 달려가고 있다면

 

 

 

 

 

@ 해탈이랄까?  우리가 무엇을 깨우쳤다는 것!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된다. 바람이 떠돌다 구름을 만나

작은 빗방울이 되어 대지를 두드린다. 대지를 두드린 빗물이

길을 내어 천으로 흘러들고 갈래로 흩어진 거랑물이 심산유곡

우렁찬 계곡물이 되어 강으로 바다로 흘러들지 않던가?

바다는 어쩌면 한 줌 연기 바람과 구름이 빚은 작은 물방울

뙤약볕에 처진 옥수수 이파리를  두드리는 비의 합창소리

어쩌면 삶도 희노애락 고단한 노역 다음에 오는 눈물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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