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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詩를 읽다

매운탕 끓이기 - 임서령

작성자전재완|작성시간26.06.06|조회수14 목록 댓글 0

매운탕 끓이기

 

   임서령

 

 

 

펄펄 뛰는 파도를 요리하고 싶었어

하지만 당신은 가두리에 길들여져 있어

늘 던져주는 먹이에 만족했지

과장된 미소 사육되어지는 매일이

점점 부풀어 올라

뱃속 가득 부글거리는 진부함

더는 견딜 수 없어

날카로운 칼, 한 방울의 피로 당신을 잠재우려 할 때

숨겨둔 비장의 가시로 차라리

날 사정없이 찔러줬으면 좋겠어

비늘 벗긴 후

힘껏 내리쳐 토막을 내고

소화되지 못한 나를 끄집어내지

아가미 속도 샅샅이 씻어야 해

뱉어내지 못한 말들이 모래처럼 서걱거릴지 몰라

된장 한 수저 고춧가루 듬뿍 뿌리고

기름 살짝 돌 때가지 자글자글 끓여야 해, 그러나

이미 기운이 빠져버린 바다는

너무나 밍밍해, 낡고 지루한

이런 사랑은 신물이 나

짭조름한 해풍 한 줌으로

오래된 권태에 간을 맞추고

나,

다시 한 번 화끈하게 끓고 싶어

 

 

 

@ 길들여진 입맛으로는 펄펄 뛰는 파도를 요리할 수 없다.

늘 던져주는 사육된 먹이는 니글니글거린다. 뭔가 자극이 필요할 때다.

숨겨둔 비장의 가시가 필요하다.  낡고 지루한 것에 사육되어버린

나를 누군가  날카로운 가시로 사정없이 찔러줬으면 한다. 

소화되지 않는 부글부글거리는 내 속을  갈라 샅샅이 씻어주길 바란다.

삶이 그렇다. 일상사다반사 반성없는 삶은 스스로를 궤워내지 못하는

죽은 바다와  같다. 매운탕 끓이기는 너무나 밍밍해, 낡고 지루한 사랑에

신물이 난  화자가 스스로를 파괴하여 전혀 새로운, 길들여지지 않는,

펄펄뛰는 파도를 요리하는  레시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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