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사 범종
박청환
강화도 전등사에
범종 하나 있습니다
중국에서 태어나
일본군 병기창에 놓였다가
광복 후 옮겨진
3개 국어로 소리 낸다는 그 종
한 평 남짓 나무 감옥에 갇혀
세월의 먼지 뒤집어 쓴 채
끄억, 끄억,
속울음 토해내지만
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습니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여인 하나 있습니다
열일곱 꽃다운 나이 빨래하다 붙들려가
대만, 싱가폴, 베트남 떠돌다
광복 후 돌아온
무려 4개 국어로 운다는 그녀
열 평 남짓 세상 감옥에 갇혀
꺼억, 꺼억,
속울음 토해내지만
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습니다
@ 경기도 안산 문인협회 회원인 시인의 시를 읽다
잠시 소개한다. 강화도 전등사 범종의 기구한 사연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사는 기구한 여인의 팔자를
끄억, 끄억 잘 토해냈다.
시인은 일상인들이 대수롭게 넘기는 사물의 내력을
보는 눈을 가진 者다. 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는 이야기를
오직 시인만이 꺼억, 꺼억, 세상에다 속울음 토해내지 않더냐?
아래의 웃음이란 시에 이 시대의 묘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치매걸린 시어머니와 그녀를 돌보는 며느리와의
미묘한 고부관계이나
며느라한테 똥 기저귀 내밀며
나 이제 어떡하냐면서
울지 않고 웃는 당신,
활짝 따라 웃는 며느리
돌아서서 울었다네요...
좋은 시는 이렇듯
삶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웃음은 좋은 시다.
웃음
박청환
당신, 오늘
웃었다지요
며느리한테 똥 기저귀 내밀며
나 이제 어떡하냐면서
울지 않고
웃었다지요
활짝 따라 웃은 며느리
돌아서서
울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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