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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詩를 읽다

돌배 씨- 김남극

작성자전재완|작성시간26.06.07|조회수12 목록 댓글 0

돌배 씨

 

김남극

 

 

 

 

 돌배는 딱 깨물어 씨방을 갈랐을 때 씨가 까맣게 두 눈을 동그랗게 뜨

고 세상을 내다보면 다 익은 것이다

 

 그러니까 검은 눈동자가 늘 문제다

 

 유년기를 갓 벗어난 어느 날 개울을 건너다 본 그 허벅지가 유난히 흰

그 계집애의 눈동자가 별나게 검었다

 

 최루탄 속에서 돌아갈 길이 아득한 눈물 속으로 내 손을 끌어주던 그

여자의 눈동자도 별나게 검은 빛이었다

 

 지금 내 옆에 반듯하게 조용히 잠든 아내가 하늘거리는 짧은 치마 속

으로 내 마음을 끌고 들어갔을 때 어둠 속에서 본 그 유난히 검은 눈동

 

 검은 빛은 완숙의 경지고 매혹의 경지고 그래서 그 속에 들면 자발적

수형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하늘 가득 매달린 돌배들이 어설픈 푸른 빛 얼굴로 나를 내려다본다

 돌배를 하나 따서 딱 깨물어본다

 

 씨가 검다

 물기가 남았다

 

 씨는 씨방 속에 참 많이도 울었나 보다

 

 울음 속으로 들어가 본다

 

 나는 이 마가리*를 떠날 수 없다

 

 

*마가리: 영동 방언, 골짜기의 맨 끝

 

 

 

@  돌배 씨는 검다. 그 검은 돌배 씨와 내  유년기를 갓 벗어난 그 계집애의 눈동자가 그렇고

자라나 가투를 하고 돌아갈 길을 끌어준 그 눈물 속 여인의 눈동자도 별나게 검은빛이었다.

지금 내 옆에 반듯하게 조용히 잠든 아내 역시 유난히 검은 눈동자라니... 그런데 검은 눈동자의

공통점이라면 딱 깨물면 울음을 우는 공통점이 있다. 첫사랑이 그렇고 동지애가 그렇다. 또한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의 검은 눈동자가 그렇다. 눈물의 씨방, 내가 마가리를 떠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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