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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詩를 읽다

무논에 쓰는 문장 - 고완수

작성자전재완|작성시간26.06.12|조회수8 목록 댓글 0

 

무논에 쓰는 문장

 

고완수

 

 

어떤 명문을 쓰러

갈아 놓았나 몇 날 며칠

수평으로 가득 채운 물종이 한 장

 

하늘이 거울인 듯 민낯 비춰보는 사이

티라도 발견했다는 건가

구름이 잠시 지우개질 한다

 

운필 전의 적막을 작두날 삼아

널뛰는 마음 다잡으려

백로 한 마리 물종이 응시하고 있다

 

제 그림자 흔들던 바람 잠들자

일필휘지로 문장 새긴다

네 귀 팽팽하게 당겨진 물종이에

 

대바늘로 박음질하듯

부리로 새기는 문장들

허기진 위장만큼 핏빛 선연하다

 

죽음의 잉크로만 쓸 수 있는

생의 문장 오래도록 새긴 후에야

해는 붉은 마침표 찍는다 비로소

 

꾹꾹 눌러 슨 필적들 물이랑으로 퍼진다

숨죽였던 개구리 한 마리

물종이 위로 눈 내민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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