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논에 쓰는 문장
고완수
어떤 명문을 쓰러
갈아 놓았나 몇 날 며칠
수평으로 가득 채운 물종이 한 장
하늘이 거울인 듯 민낯 비춰보는 사이
티라도 발견했다는 건가
구름이 잠시 지우개질 한다
운필 전의 적막을 작두날 삼아
널뛰는 마음 다잡으려
백로 한 마리 물종이 응시하고 있다
제 그림자 흔들던 바람 잠들자
일필휘지로 문장 새긴다
네 귀 팽팽하게 당겨진 물종이에
대바늘로 박음질하듯
부리로 새기는 문장들
허기진 위장만큼 핏빛 선연하다
죽음의 잉크로만 쓸 수 있는
생의 문장 오래도록 새긴 후에야
해는 붉은 마침표 찍는다 비로소
꾹꾹 눌러 슨 필적들 물이랑으로 퍼진다
숨죽였던 개구리 한 마리
물종이 위로 눈 내민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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