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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詩를 읽다

밀물 - 임영조

작성자전재완|작성시간26.06.13|조회수8 목록 댓글 0

밀물

임영조


텅 빈 갯벌에 물 들어온다
낮은 포복으로 낮은 포복으로
불시에 전진하는 점령군들이
햇빛가루 반짝이는 물장판 깐다

다 깔고 나면 누가 올는지
서해 갯벌에 와서 한나절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다만, 흰 갈매기 한 마리
물수제비 뜨듯 듬성듬성
발자국을 찍고 낙조를 모종 한다

아무 부끄럼 없이 물 벗고 누워
땡볕에 샅을 말린 갯벌은 왜
저물어야 벗은 옷을 다시 입는가
폐경기 여자처럼 혼자서는 우울해
바위섬 끌어안고 밤새워 춤을?

한 배로 몰래 받아 키운 자식들
꽃게 방게 바지락 모시조개며
숭어 농어 도다리 조기 새끼들
차마 들키기 무엇한 남루 때문에
갯벌은 또 먼 바다를 끌어 덮는 것이리

노을빛 주름주름 밀물 져오는
저 거대한 주름치마 한 자락
슬그머니 들처보면, 아뿔싸!
성추문처럼 쓰라린 아픈 이야기
끝내 숨기고 싶은 세월 있으니.

 

 

@  텅 빈 갯벌에 물들어오는 서해 갯벌의 

풍경을 물수제비 뜨듯 듬성듬성

낮은 포복으로 낮은 포복으로

텅 빈 갯벌을 점령하는 물장판

 

다 깔고 나면 누가 올는지

서해 갯벌에 와서 한나절

기다려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삶이 있다. 폐경기 여자처럼

한 배로 몰래 받아 키운 자식들?

차마 들키기 무엇한 남루?

갯벌은 또 먼바다를 끌어 덮는 것이리

 

땡볕에 샅을 말린 갯벌은 왜

저물어야 벗은 옷을 다시 입는가

노을빛 주름주름 밀물 져오는

저 거대한 주름치마 안 자락

아뿔싸!

인생사 성추문처럼 쓰라린 아픈 이야기

끝내 숨기고 싶은 세월 하나쯤은

갯벌에 묻어두고 살아왔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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