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만이 보이는 국수집에서
이은봉
시민회관 앞 산비탈이다 산비탈 위, 바라크로 지은 국수집이다 봄 벚꽃도 지고, 여름 땡볕도 지고, 조금씩 붉게 물 드는 저녁노을이며 목백합나무 잎사귀들…… 철푸덱이 방석으로 깔고 앉는다 국수집 둘레, 부추싹들 파르라니 고 개 쳐들고 있다 진해만 물빛 같다
젓가락으로 몇 점, 국수가닥 건져 올린다 문득 진해만 저쪽 하늘 바라본다 철없는 구름들, 우르르 몰려다니며 헐렁한 무명바지 벗었다 입고, 입었다 벗는다 녀석들 아랫도리, 뽀얗게 곱다 반짝, 하고 떨어지는 햇살들, 낯빛 또한 하얗게 곱다 벌써 메밀국수 한 그릇씩 했나 보나
하늘가 이쪽 목탁새 한 마리, 여려터진 詩 몇 가닥 입에 물고, 원 그리고 있다 몇 가닥 바람도, 원 따라 돌고 있다 무연이 늙은 비구니, 파르라니 깎은 머리통, 같다 월하 선생 둥근 마음, 같다 한가하게 세상 돌고 있는 詩…… 조용히 젓가락 들어, 불어터진 몇 가닥 국수, 마저 건져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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