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페이지
이연주
더이상은 넘길 것이 없네.
지나온 문장 속을 허덕허덕 뛰어왔으니
빌딩의 플로어처럼 가슴팍은 왁스로 반들거리네.
살충제와도 같은 이 몇구절을 덮고 나면
여보게, 이제 더는 페이지가 없다는 걸
그러니 이젠 첫 번재 가출이 남은 셈이지.
더 나쁜 일만 없다면야
화해하지 못할 건 또 뭔가.
허지만 배워온 것들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게 항상 탈이란 말일세.
그들은 마지막 장의 문장. 음절과 음절들 사이에서
느리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되넘기려다,
덮으려다,
맨들맨들한 서로의 가슴팍을 들여다보다,
책상을 치다.
나의 읽기)
시를 쓰는 자는 고독한 자이다. 그러나 고독하다고 모두가 시인인 것은 아니다.
더이상 넘길 것이 없는 자에게 전지전능하신 신은 살충제같은 잠을 시인에게 뿌려되는 것일 지도 모른다.
마지막이란 단어에는 " 더이상 넘길 것이 없"는 삶의 유서같은 " 그러니 이젠 첫 번째 가출"이 남은 셈인지도 모른다.
고독이란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이라면 갱년기와 같이 느끼는 정서이다.
시인의 말처럼 " 더 나쁜 일만 없다면"야 말이다. 그러나 살아온 문장 속을 허덕허덕 뛰어온 번들거리는 왁스칠로
무장한 이 시인에게 다음의 질의응답은 " 살충제와도 같은 " 문장들이 아닐까?
1)더 나쁜 일만 없다면야
2)화해하지 못할 건 또 뭔가.
3)허지만 배워온 것들을
4)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게 항상 탈이란 말일세.
5)그들은 마지막 장의 문장.
6)음절과 음절들 사이에서
7)느리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8)되넘기려다,
9)덮으려다,
10)맨들맨들한 서로의 가슴팍을 들여다보다,
책상을 치다.
더는 시의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시인의 자각은
(그가 시를 배설하면 할 수록 살충제같은 현실이 그의 시를 배제함으로)
그는 현실에 연착륙을 선택할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나의 시를 읽어주지 않는 이 세상에 시인이 있어야 할 자리가 어떠할까?
"맨들맨들한 서로의 가슴팍"을 드려다 보면
- 시인의 이데올로기 또한 너무 쉽게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
이 시인의 살충제같은 언어를 따라 읽다보면
나 역시 책상을 치고 싶어 진다.
시인의 말처럼
" 하홰하지 못할 건 또 뭔가?"
그렇다. 시인 이연주에게 있어 시쓰기의 고독이란 음절과 음절들 사이의 덮으려는, 되넘기려는
맨들맨들한 그러나 살충제같은 언어들이었다.
그게 시인은 못마땅했던 것이고
책상을 치는 것이다.
이연주에게 삶이란 갈보에게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모럴이 필요한 것이었다.
시대를 앞서나간 페미니스트 시인이자 마지막 페이지 앞에서 현실의 벽을 두드리다 만
시인, 그대여 부디 극락왕생하시라
소원을 빌어본다.
시인이여, 저 世上에서는 너무 알려고 하지 마시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