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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詩를 읽다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 - 기형도

작성자전재완|작성시간26.06.14|조회수14 목록 댓글 0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


기 형도


어느 영혼이기에 아직도 가지 않고 문밖에서 서성이고 있느냐. 네
얼마나 세상을 축복하였길래 밤새 그 외로운 천형을 견디며 매달려 있
느냐. 푸른 간유리 같은 대기 속에서 지친 별들 서둘러 제 빛을 끌어오
으고 고요한 달도 야윈 낫의 형상으로 공중 빈 밭에 힘없이 걸려 있다.


아느냐, 내 일찍이 나를 떠나보냈던 꿈의 짐들로 하여 모든 응시들
을 힘겨워하고 높고 험한 언덕들을 피해 삶을 지나다녔더니, 놀라워
라. 가장 무서운 방향을 택하여 제 스스로 힘을 겨누는 그대, 기쁨을
숨긴 공포여,단단한 확신의 즉앱이여.


보아라, 쉬운 믿음은 얼마나 평한한 산책과도 같은 것이냐. 어짜피
우리 모두 허물어지면 그뿐, 건너가야 할 세상 모두 가라앉으면 비로
소 온갖 근심들 사라질 것을. 그러나 내어찌 모를 것인가. 내 생 뒤에
도 남아 있을 망가진 꿈들, 환멸의 구름들, 그 불안한 발자국 소리에
괴로워할 나의 죽음들.


오오, 모순이여, 오르기 위하여 떨어지는 그대. 어느 영혼이기에 이
밤 새이도록 끝없는 기다림의 직립으로 매달린 꿈의 뼈가 되어 있는
가. 곧이어 몹쓸 어둠이 걷히면 떠날 것이냐. 한때 너를 이루었던 검고
투명한 물의 날개로 떠오르려는가. 나 또한 얼마만큼 오래 냉각된 꿈
속을 뒤쳑여야 진실로 즐거운 액체가 되어 내 생을 적실것인가. 공중
에는 빛나는 달의 귀 하나 걸려 고요히 세상을 엿듣고 있다. 오오, 네
어찌 죽음을 비웃을 것이냐 삶을 버려둘 것이냐, 너 사나운 영혼이여!
고드름이여.






나의 읽기-




시인 기형도의 발문에 가장 따사로운 비평을 한 이로 비평가 김현과 최근의 임우기의 발문을 들  수 있겠다.
요절한 시인의 시를 두고 평론가 김현은 월명사의 제망매가를 반추하여 이 젊은 시인의 요절에 대한 안타까운 넋두리를 펼쳤고  근래의 보기드문 임우기 평론가의 아름다운 발문을 통하여 이 시인은 물의 관음이란 칭호를 부여받은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인의 시가 잊혀지지 않고 시대에 회자된다는 그 울림만으로도 시인 기형도 는 어쩌면 관음의 화신이 아닐까 한다.
 이른바 대한민국 시단에 있어 평론가 김현이 말했듯이 자기 자신의 삶 자체를 죽음으로 모사한 시인이 어디 있었느냐?
그리하여 김현의 말처럼 기형도 시인의 시를 두고 이른바  그로테스크란 용어가 따라 붙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 시인의 죽음을 두고 왈가왈부하기에 시인 기형도 시력은 남달랐다. 시인은 죽었되 그 시인의 사후에 대한 후대 시인과 그를 아끼던 평론가에 의해 진정한 예술가는 드러나듯이 시인 기형도 역시 임우기라는 평론가를 통해 다시 이 세상에 관음의 화신으로 재평가되는 것이다.
이 시를 읽어보자.
이 시의 제제는 간단하다. 시인은 냉험한 절기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냉엄한 시대 거꾸로 생을 집착하는 고드름을 노래하는 것이다. 시인 기형도에게 있어 물이란 일종의 관음과 같은 것인데 이 시에 있어 고드름이란 말하자면 굽히기 싫은 시인 자신의 사나운 영혼이다.




오오, 모순이여, 오르기 위하여 떨어지는 그대. 어느 영혼이기에 이
밤 새이도록 끝없는 기다림의 직립으로 매달린 꿈의 뼈가 되어 있는
가. 


어느 영혼이기에 아직도 가지 않고 문밖에서 서성이고 있느냐. 네
얼마나 세상을 축복하였길래 밤새 그 외로운 천형을 견디며 매달려 있
느냐


보아라, 쉬운 믿음은 얼마나 평한한 산책과도 같은 것이냐. 어짜피
우리 모두 허물어지면 그뿐, 건너가야 할 세상 모두 가라앉으면 비로
소 온갖 근심들 사라질 것을. 그러나 내어찌 모를 것인가. 내 생 뒤에
도 남아 있을 망가진 꿈들, 환멸의 구름들, 그 불안한 발자국 소리에
괴로워할 나의 죽음들.




그 외로운 천형이란 무엇일까?
죽음에 대한 모순일까?
너무 영민한 시인에게 있어 삶이란 너무나 인정하기 싫은 
말하자면 오르기 위해 추락하는 삶이 아닐까?


그러나 시인이여, 그대는 가고 없다.
다만, 말한다.
고드름처럼 녹아 내린들
시인아, 어쩌란 말이냐


살아 있어라
너무 생을 책하며 살지 말아라.


그래야 내일을 다시 맞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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