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나의 감상
오늘이 815 광복절이라 뜻깊은 시 한 편을 소개하기로 한다.
고향이 안동인 이육사 시인이 바로 오늘 이 자리에 소개할 시인이며
그의 시 광야를 소개한 이유는 일제식민지하 시인이기에 앞서
선생께서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투사였기 때문이다.
본명은 이원록 퇴계의 후손이며 일찌기 한학에 눈 밝은 시인은
나라가 망국에 접어들어서는 배우던 학문을 버리시고 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셨다.
지금 소개한 이 시를 다시 읽고 있자니 선생께서 조국의 광복을
맛보지 못하고 형무소에서 차가운 육신으로 명을 다하시기 이전에
쓴 시로 일종의 죽음을 목전에다 둔 예언자적 어투로 쓰인 듯하여
시인의 나라사랑에 대한 결의를 느낄 수 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여기에 선생의 현실의식이 반영되어 있는 듯도 하지만
매화의 고상한 의지(선비의 자세)와 가난한 노래의 씨가
겹쳐지며 현실은 아직 서릿발같이 춥고 혹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조높은 매화는 기어코 향기를 피우나니
선생께서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겠다(불러 보리라)는
소박하나 깊은 의미가 함축된 다짐인 것이다.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눈 나려 아득한 산하에
고상한 매화꽃의 향기는 홀로 아득하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릴 것이며
그리하여 까마득하기만 한 나라에도
닭 우는 소리 들릴 것이라는 예지적인 상상
시인이 뿌린 가난한 노래의 씨들이 부지런히 자라고
퍼져서 큰 강이 되고 비로소 역사의 물고를 트는
길이 되는 것처럼
심훈 선생의 시 그날이 오면의 힘찬 절규처럼
시인도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한 광야에서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리는 것이다.
대한독립만세
그 가난한 노래를 광야에서
그 시대를 살던 모든 애국지사분들처럼
선생께서도 목녻아 힘껏 부르고 싶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