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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詩를 읽다

애수의 소야곡 -진이정

작성자전재완|작성시간26.06.14|조회수17 목록 댓글 0

애수의 소야곡

 

진이정

 

 

아버지를 이해할 것만 같은 밤,

남인수와 고복수의 팬이던 아버지는

내 사춘기의 송창식을 끝내 인정하지 않으셨다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것만 같은 밤,

나는 또 누구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나부턴 열린 마음으로 살고 싶었다

이 순간까지도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

그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을 즐기려고 애써왔다

허나 당신을 이해할 것만 같은

밤이 자주 찾아오기에

나는 두렵다

나는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이해한다, 라고 똑 떨어지게 말할 날이

백발처럼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게 아닐까

그의 추억이던 왜정 때의 카페와 나의 카페는

그 철자만이 일치할 뿐,

그러나 그런 중첩마저, 요즘의 내겐 소중히 여겨진다

아버지의 카바레와 나의 재즈 바는

그 무대만이 함께 휘황할 뿐,

그러나 나는 사교춤을 출 줄 알았던

당신의 바람기마저도 존중하게 되었다

어쩌다 알게 되었지만, <바>라는 건 딱딱한 막대기일

따름,

난 그 막대기 너머, 저어 피안으로 가기를 꿈꾸어왔다

그리고 나는 이제 당신의 꿈을 알지 못한다

우린 색소폰의 흐느적임과 장밋빛 무대만을 공유할 뿐,

나는 그의 꿈을 끝내 넘겨받지 못한 것이다

그래, 나는 어쩔 수 없어

꿈이 빠져버린 그의 애창곡이나 듣고 있을 뿐,

허나 난 온몸으로 아, 아버지를 이해할 것만 같아

남인수와 송창식을 서둘러 하해시킬 길을 찾는다

아니 억지로, 억지로 하해시키려 한다

가부장의 달빛만 괴괴한, 이 이승의 쓸쓸한 밤에

아버지를 이해하는 게 왜 이리 두려운 일인지

잃어버린 그의 꿈이 왜 이리 버거운 짐인지

 

 

해설)

 

진이정이라는 요절한 시인의 내력을 모르면 이 시를 읽는 맛이 버거울 것이다. 허나 이 시인이

1959년 춘천에 태어나 1993년 11월19일 세상을 등진 시인임을 알게된다면, 삶이란 휘황한 무대일 지언정

그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애수의 소야곡이 십팔번인 아버지를 이해할 것만 같은 밤이듯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또한 송창식을 이해할 수 있을 밤이 될 것이다. 아버지의 세대를 이해못하던 시적화자인 내가

별안간 닥친 죽음의 공포로 인하여 (자아의 각성),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지만, 그리하여 남인수와 송창식을 하해시키려 

별안간 아버지의 바람기마저 존중하려 들지만 시인은 부모와 자식이란 막대기 너머 저어 피안을 꿈꾸고 있다.

아버지의 카바레와 나의 재즈 바는

그 무대만이 함께 휘황할 뿐,

그러나 나는 사교춤을 출 줄 알았던

당신의 바람기마저도 존중하게 되었다

어쩌다 알게 되었지만, <바>라는 건 딱딱한 막대기일

따름,

난 그 막대기 너머, 저어 피안으로 가기를 꿈꾸어왔다

그러나 피안을 꿈꾸는 시인의 삶에 아버지는 부재한다

그리고 나는 이제 당신의 꿈을 알지 못한다

우린 색소폰의 흐느적임과 장밋빛 무대만을 공유할 뿐,

나는 그의 꿈을 끝내 넘겨받지 못한 것이다

그래, 나는 어쩔 수 없어

시인은 밤이 찾아올 때마다 두렵다.

병상의 시인에게 있어 죽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피안의 아버지와 나와의 가부장의 달빛 괴괴한 ,

지금은 , 이승의 쓸쓸한 밤이다.

(그건 아마도 시인에게 너무 일찍 죽음이란 병마가 찾아온 것에 대한

오이디푸스적 반항일 것 같다)

 

 

아버지를 이해하는 게 왜 이리 두려운 일인지

잃어버린 그의 꿈이 왜 이리 버거운 짐인지

 

꿈이 빠져버린 그의 애창곡을 신청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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