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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詩를 읽다

고해성사 - 임유영

작성자전재완|작성시간26.06.16|조회수9 목록 댓글 0

고해성사

임유영

그녀는 가끔 장롱 안에 들어갔을 뿐 아니라 이불사이에 머리를 욱여넣고 소리를 질렸다.* 두툼한 목화솜 이분, 색색의 인견이 어둠 속에서 촉촉하고 서늘하게 얼굴을 짓누르는 감촉. 나프탈렌 냄새. 이본장 안에서 지른 비명은 이불만이 간직할 것이었다. 몇년 뒤 처음 가본 성당은 커다란 나무장롱 속 처럼 아늑했는데 그 내부에는 진짜 징통처럼 생긴 방이 또 하나 있었다. 그 방에 들어가서 잘못을 말하면 하느님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스메네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고 했다. 이미 경험이 많았다고 했다. 세상에 잘못 같은 잘못이나 용서 같은 용서는 없다고 했다. 그럼 세상에 있는 것은 무엇이냐고 내가 물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고해소를 만들어놓은 걸 이미 보지 않았느냐고 내게 되물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고해소의 문을 부수는 행패는 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문제는 머릿속의 다른 목소리다.

*『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 이랑 지음, 이야기장수 2026 ) 를 읽고 오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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