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에 대하여
이형기
인간은 한 번밖에 죽지 않는다. 삶의 일회성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시인은 열 번도 죽고 백 번도 죽는다. 그처럼 시인은 자신의 죽음조차도 허구화할 수
있는 인간이다.
그들은 죽은 적이 없다. 다만 거짓으로 죽은 채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시인의 사
망 기사에 속지 말아라. 이미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과거의 의미 있는 시인들은 모두
그대의 은밀한 시간 속에 살아 있지 않은가.
모든 존재는 필경 티끌로 돌아간다. 이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영광스럽게 노래하는 존재는 시인이다.
-1998.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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