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성定州成
백석
산턱 원두막은 비었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 심지에 아주까리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리 조을던 무너진 성터
반딧불이 난다 파란 혼魂들 같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 커다란 산새 한 마리가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성문이
하늘빛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 조선일보 1935.8.30
나의 시읽기
시인 백석을 아는가?
그 백석의 처녀작을 오늘 이 자리에 소개한다. 백석은 사슴이란 시집에
33편의 자작시를 딱, 백석이란 이름 만큼 백편만 출판하였다.
우리가 존경하는 윤동주 시인이 이 시인의 시 사슴이 읽고 싶어 그의 시집을
찾아 읽다 그 스스로 필사를 하였다는데, 어쩌면 백석은 우리가 여지껏 알고 지낸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시인들과는 다른 매력의 소유자임에 분명하다.
안도현 시인의 백석 평전을 읽게 되었는데, 나는 그의 글을 따라 읽다 백석이란 시인의
매력에 빠져 다시, 그의 시집을 찾아 읽게 되었다. 지금 이 자리에 소개한 시는 태학사
-이승원 씨의 백석 시 백 편의 그 첫 페이지다.
그가 평안도 정주 출신이라는 점이 이 시를 읽어가는 맛일 것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시인의 이 시에 이후의 시인의 여정이 빛을 발하는 바, 문학평론가 임호기가 왜 백석의
시를 그의 평론의 주인공으로 맞았는지 이해가 된다.
혹자들은 백석 시인의 시를 두고 나와 나타샤와 하얀 당나귀를 두고 그 나타샤가 자야냐? 어쩌니
혹세무민 한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말자.
백석 시인에 대해 당신들은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당자 역시 백석 시인에 대하여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안도현 시인의 백석평전을 읽고 필자는 다시 그의 시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오늘 이 자리에 소개한 백석의 시를 읽으며 과연, 여러분들은 어떤 감흥이 느껴지는가?
백석은 어쩌면 일제식민지하 이 시대의 아픔을 천지신명에게 고하는 무당이 아니었을까?
그의 시를 나는 응앙응앙 당나귀 방울을 울리며 읽어 보련다.
말하자면, 시인이 표현한 파란 혼과 청배란 표현에 홀리다 남은 메기수염같은
하늘빛같이 훤한 그늘이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