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명월空山明月
오규원
달이 나무 잎사귀를 툭툭 치며 간다
달이 빈 가지에 걸터앉아 몸을 흔들다가
간다 아무도 잠 깨어 마주 오지 않는다 무덤 위에 앉아
담배 한 대 피우며 公山의 물소리 속에
모래들만 몸 푸는 아득한 소리를 듣는다
팔짱을 끼고 산길에 버티어 서서
사라지고 없는 산의 길을 불러 모은다
높은 곳에서 불러도 깊은 길만 오는구나
부르는 소리에 송장메뚜기가 풀 속으로 숨고
기댈 곳 없는 풀이 달 속에 누울 때
公山의 달은 잠 깨지 않는 길을 혼자 간다
터벅터벅 간다 잎을 치며 간다 가지를
흔들며 간다 나무들은 잠 속에서 발소리를 듣는다
잠 깨라 잠 깨라 하는 公山 깊은 계곡의 물소리
해설
언어에 대한 전위적 글쓰기를 시의 화두로 삼았던 시인, 그가 오규원이다.
시인에게 시라는 것은 결국 빈산의 밝은 달빛을 바라 아무도 잠 깨어 오지 않는 어둠(무덤)에 앉아
대자연에 홀로 팔짱을 끼고 결국 담배 한 대 피우는 의식적 행위일 터.
사막의 모래처럼 아득한 소리로만 전승될 결국에는 한 줌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은 시가 되지 못한다
높은 곳에서 불러도 깊은 길만 찾아 오는 말, 그게 시인이 일생토록 탐구한 시어일 것 같은데
그럴수록 현실은 송장메뚜기들같기만 하다.
위대한 시란 山頂의 공기를 불러모으는 소리라고 일찍이 니체는 짜라투스트라의 입을 통하여 선언하지 않았던가?
깨어 있는 시란 세계 내 존재인 나를 흔들며 툭툭 생각(깨어있으라는 각성)을 건드리는 시다.
공산의 달은 잠 깨지 않는 길을 혼자 간다는 표현은 타락한 세상의 기댈 곳 없는 풀이 제 존재를 온몸으로
흔들어 홀로 깨어있는 소리를 부르짖는 것이다.
잠 깨라 잠 깨라 하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