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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詩를 읽다

공그르기 -유정

작성자전재완|작성시간26.06.19|조회수6 목록 댓글 0

공그르기


 유정

어제는 하루 종일 바람이 바다로 떨어지고
오늘은 빗방울이 쓰러진 이파리들을
다복다복 쓰다듬지

춥고 설운 겨울을 뚫고 봄볕이 깨어날 무렵이면
노랑의 이름들이 바다로 내려와 목이 터져라
떠나가 버린 사랑을 부르곤 하지
꽃잎아, 이파리야, 바람아,
수백 개의 떠돌던 아픔들아,

탱탱해진 볕살이 상처가 깊은 사람들 눈빛에 닿으면
풋잠 들었다 눈을 뜬 아기 새 노래처럼 새살이 돋고
기억의 창에 걸어 둔 꽃의 발자국들 지워버릴 수 있을까
벚나무 꽃잎처럼 한 겹씩 환해질 수 있을까

누군가 그랬지 상처는 꽃을 덧대면 아물게 된다고
느닷없이 휘몰아친 이별이 하염없어 눈물이 나면
피는 꽃 지는 꽃을 꿰어 공그르기* 했지
사월의 꽃그늘을 떠다가 아픔을 바느질 했지

없었던 것처럼 꿰맨다고 바다로 침잠한 이름이
돌아오지 않아
슬픔은 양파 같아서 시간을 벗겨 낼수록
눈물이 흐르거든
흉터들 고여 있다 누군가 건드리면 툭 터져버리지
느닷없이 불어온 바람에 와르르 떨어진
사월의 꽃잎처럼

 



* 바늘땀이 겉에 보이지 않도로 속으로 떠서 꿰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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