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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詩를 읽다

작약과 공터 - 허연

작성자전재완|작성시간26.06.20|조회수10 목록 댓글 0

작약과 공터


허연


진저리가 날 만큼
벌어질 일은 반드시 벌어진다

작약은 피었다

갈비집 뒤편 숨은 공터
죽은 참새 사체 옆

나는 살아서 작약을 본다


어떨 때 보면, 작약은
목 매 자살한 여자이거나
불가능한 목적지를 바라보는
슬픈 태도 같다.


아이의 허기만큼이나 빠르게 왔다 사라지는 계절

작약은 
울먹거림
알아듣기 힘들지만 정확한 말

살아서 작약을 보고 있다
작약에는 잔인 속에는 고요가 있고
고요를 알아채는 게 나의 재능이라서

책임을 진다


공터 밖으로 전해지면 너무나 평범해져 버리는 고요 때문에


작약과 나는
가지고 있던 것들을 여기 내려 놓았다


작약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슬프고 수줍어서 한층 더 작약이었다.

 

 

 

 

 

@  갈비집 뒤편 숨은 공터

죽은 한마리 참새

피어난 작약

살아서 작약을 보는  나의 슬픈태도에는

불가능한 목적지를 바라보는

아이의 허기만큼이나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목 매 자살한 여자를 닮았다

잔인하게 죽음을 빨아 당기는 꽃

작약 속 피어난 그 여자의 죽음에 나는 책임을 진다

공터를 벗어나면 아무 일도 아닌 평범한 일상 속 고요

작약과 나는 서로 가지고 있던 삶과 죽음을 내려놓기로 한다.

슬프기도 하고 수줍기도 한 작약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진절머리가 날 만큼 벌어진 피어난  작약은 한층 더 작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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