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과 공터
허연
진저리가 날 만큼
벌어질 일은 반드시 벌어진다
작약은 피었다
갈비집 뒤편 숨은 공터
죽은 참새 사체 옆
나는 살아서 작약을 본다
어떨 때 보면, 작약은
목 매 자살한 여자이거나
불가능한 목적지를 바라보는
슬픈 태도 같다.
아이의 허기만큼이나 빠르게 왔다 사라지는 계절
작약은
울먹거림
알아듣기 힘들지만 정확한 말
살아서 작약을 보고 있다
작약에는 잔인 속에는 고요가 있고
고요를 알아채는 게 나의 재능이라서
책임을 진다
공터 밖으로 전해지면 너무나 평범해져 버리는 고요 때문에
작약과 나는
가지고 있던 것들을 여기 내려 놓았다
작약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슬프고 수줍어서 한층 더 작약이었다.
@ 갈비집 뒤편 숨은 공터
죽은 한마리 참새
피어난 작약
살아서 작약을 보는 나의 슬픈태도에는
불가능한 목적지를 바라보는
아이의 허기만큼이나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목 매 자살한 여자를 닮았다
잔인하게 죽음을 빨아 당기는 꽃
작약 속 피어난 그 여자의 죽음에 나는 책임을 진다
공터를 벗어나면 아무 일도 아닌 평범한 일상 속 고요
작약과 나는 서로 가지고 있던 삶과 죽음을 내려놓기로 한다.
슬프기도 하고 수줍기도 한 작약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진절머리가 날 만큼 벌어진 피어난 작약은 한층 더 작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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