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詩人의 詩를 읽다

후배에게 - 김이듬

작성자전재완|작성시간26.06.20|조회수18 목록 댓글 0

후배에게 

 

김이듬

 

음악을 좋아해?

걷는 걸 좋아해?

맛있는 걸 좋아해?

 

네가 사는 것도 좋아하면 좋겠다

 

너를 기다리는 카페에서 옆자리 사람들의 대화를 듣는다

아이들 점수, 아이들 담임, 아이들 친구, 아이들 운동장, 아이들 급식......

학부모 회의를 마치고 온 두 사람은 세 시간 넘게 아이들

이야기에 몰입한다 한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멜빵바지를 입었어

둘 다 4학년 2반이며 한 아이는 수학을 잘하는 여자아이,

한 아이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키가 작은 남자아이인 걸

나도 알게 되었어

 

사랑하는 대상을 가장 많이 생각하고 가장 많이 말하는 거라면

나는 너를 다섯 번 생각했다

이리하여 쓴다

 

사는 게 뭘까?

연말 퇴근길에 너는 말했지

다른 부서 과장의 부친상에 조의금을 부쳤고

야근을 했고 배고파 죽겠다고

회사 가는 게 괴롭다고 했어

사는 게 뭔지 달아나고 싶다고

안경 벗으면 딴사람 같은

 

너는 김연아의 에드 레드메인과 인천 사는 친구를 좋아하지

얇은 티셔츠에 청바지 입길 좋아하고 초코우유와 망원

한강공원을 좋아하지 빨래하고 누워서 웹툰 보길 좋아하지

 

일과중에 나는 너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제일 좋아

널 만날 약속 없었더라면 온종일 끔찍했겠지

 

나도 너처럼 습관적으로 한숨 쉬지만

네가 얼굴 뾰루지랑 새치를 걱정하면서도

솟아오르는 웃음을 터뜨리면 좋겠어

 

어쩌면 삶에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

의미 없어도 생생하지

사는 걸 꽤 좋아하면 좋겠어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