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섬*
권자미
앞강에 달이 뜨면
사랑 못 이룬 사랑 하나 이무기가 되었다
찬이슬 털고 새벽강을 건너는 청상의 어미를 위해
모래펄에 나무못을 막아 아들은 다리를 놓았다
뭐 이런 흔한 전설도 없이
무섬사람들은 무섬사람끼리 모여
산속의 섬
섬사람으로 오래 살았다
앞강에 큰 물 지면 물섬에서 ㄹ을 빼다가
굽은 외나무다리를 놓고
물섬사람이 무섬사람으로 무심히 살았다
무섬에서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다가 뱀꼬리를 밟은 듯
모래 강에 빠지더라도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무섬에서는 저녁 강에 나가 아무도 빨래를 하지 않았다
나는 무섬에서 일찍 잠들지 못했다
지독한 밤안개
기로등 불빛마저 흐른 밤
희고 축축한 거대 뱀 한 마리가 강을 건넜다
꿈에서 꿈인 듯
발을 이고 모래강변을 걸었다
* 경북 영주시 문수면에 위치한 물돌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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