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기형도
누나는 조그맣게 울었다.
그리고, 꽃씨를 뿌리면서 시집갔다.
봄이 가고
우리는, 새벽마다 아스팔트 위에 도우도우새들이 쭈그려 앉아
채송화를 싹둑싹둑 뜯어먹는 것을 보고 울었다.
맨홀 뚜껑은 항상 열려 있었지만
새들은 엇갈려 짚는 다리를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다.
여름이 가고
바람은, 먼 南國(남국)나라까지 차가운 머리카락을 갈기갈기 풀어 날랐다.
이쁜 달(月)이 노랗게 곪는 저녁,
리어카를 끌고 新作路(신작로)를 걸어오시던 어머니의 그림자는
달빛을 받아 긴 띠를 발목에 매고, 그날 밤 내내
몹시 허리를 앓았다.
@ 대개가 달을 소재로 한 밤은 서정적이거나 삶에 대한 그리움이나 동경을 노래하는데
소개한 기형도 시인의 달밤에서는 그러한 서정의 토로조차 사치이자 금기어 같다.
여기 가난한 한 집안의 가사를 책임지는, 가난한 리어카를 끄는 어머니가 있고 밥그릇 하나라도 아낄 요량
시집간 누이의 설움이 있다. 맨홀 뚜껑은 항상 열려 있었다는 표현은 가난에서 오는 삶의 포기선언
같아 위태롭다. 그 가난의 계절에는 이쁜 달마저 노랗게 곪는 저녁 풍경과 달빛을 받아 (가난이란) 긴
띠를 발목에 맨 밤새 허리를 앓는 어머니의 슬픈 그림자와 신작로에서 마주하게 된다.(누가? 이 마주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그날 밤, 나는 꽃씨를 뿌리면서 시집간 내 누이처럼 어두운 방에 쪼그려 앉아 조그맣게 울었다.
이 시를 읽는 이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버린다.
1. 꽃씨를 뿌리면서 시집간 누나의 울음
2. 누나가 뿌려놓은 꽃에서 자라난 꽃을
도우도우새들이 싹둑싹둑 뜯어먹는 것을 보고 울었다. --- 우는 이는 누구인가?
3. 여름이 가고 바람은 먼 남국나라까지 차가운 머리카락을 갈기갈기 풀어 날랐다.
이쁜 달이 노랗게 곪는 저녁, 열무를 팔고 돌아오시는 어머니의 그림자는 (그의 아름다운 시 엄마걱정을 보라)
노랗게 곪는 달빛을 받아 긴 띠를 발목에 매고, 그날 밤 내내 (어머니는 한숨도 주무시지 못하고 )
몹시 허리를 앓았다.
*** 기형도는 고독과 허무를 앓다 요절한 뛰어난 시인입니다.
이 시에서도 묘한 우수가 전편에 흐르고 있습니다. 무거운
그림자를 족쇄처럼 '발목에 매고' 귀가하는 어머니의 지친
모습은 어린 시절 우리들이 공유할 수 있었던 아픈 기억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