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
김행숙
그 해 겨울은 유난히 눈이 내렸다
사흘이 멀다 하고 쏟아지는 눈송이에
길은 반뼘쯤 얼어붙어 있었다
그늘진 곳마다 빙판이 지고
마음까지 호되게 얼어붙어서
사람들은 동동거리며 지나다녔다
우린 그때 길에서 만났었다
눈 덮인 사스레나무가 검은 몸통을
반쯤 가리고 선 아침나절
쓸쓸함이 흩날리는 바람이 불고
세상이 지워지는 눈 속에서
너는 나무인 양 길 모퉁이에 서 있었다
우리가 걸어가다 돌아본 길은
하얀 눈으로 덮여 사라지고
쌓이고 쌓이는 슬픔처럼
끝없이 내리는 함박눈 사이로
웅크린 우리의 사랑은 잠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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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동동거리며 지나다닌 길에서
우린 만났었지만 세상이 지워지는 눈 속에서
너는 나무인 양 길 모퉁이에 서 있었다
쓸쓸함이 흩날리는 바람이 불고
우리가 걸어가다 돌아본 길은
하얀 눈으로 덮여 사라지고
끝없이 내리는 함박눈 사이로
웅크린 우리의 사랑은 마음까지 호되게 얼어 붙어서
검은 몸통을 반쯤 가리고 선 아침나절
그 해 겨울 속으로 잠적하고 있었다.
*** 겨울이라는 무대설정만큼이나 쓸쓸함이 베어나는
작품입니다. '하얀 눈으로 덮여 사라지'는 것은 비단
지난날의 추억뿐만이 아니라 호되게 얼어붙어 빙판진
세상을 동동거리며 건너야 했던 우리들의 지나온
삶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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