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트럭을 탔다
윤제림
1
그해 오월 광주 사진에는 부처님 오신 날
광고탑과 현수막이 보인다
오셨을까? 안 오셨을까?
의견은 둘로 갈릴 것이다
- 오셨다면 그 난리가 났겠어요?
- 오신 것 봤어요.
2
사실은 그렇다, 그분은 다녀가셨다
황금가사는 무등산 깊숙이 숨겨두고
서둘러 변복을 하고
머리띠를 두르고 총을 잡았다
당신이 본 사진 속 그 사람이다
웃통을 벗어부치고 깃발을 흔들었다
피 묻은 청년을 둘러업고 달렸다
가두방송을 하고 구호를 외쳤다
당신이 들었던 그 목소리다
겨우 총성이 멎고, 집으로 혹은 다른 세상으로
모두 흩어지고 난 아침엔
비를 들고 광장을 쓸었다
3
여러 큰 절에서 연꽃 처소를 마련해 놓고
서로 모셔가려 했으나
부처님은 너릿재 넘어가는 트럭을 타고
굳이 이 골짜기에 와 누우셨다
화순 운주사
장씨 이씨 박씨 최씨도 따라와
말없이 앉고 서로 누웠다
그해 부처님 오신 날에는
많은 부처님이 오셨다.
@ 소개한 윤제림 시인의 이 시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상기하는 시다.
오월 광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사건이 그 즈음 부처님 오신 날과
어슷비슷한 것과 운주사 와불에 대한 설화를 곁들어 시인은 오월
그 날의 아수라를 시로 풀었다.
요는 이렇다. 이렇게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도대체
부처님은 계시나, 안계시나?
이런 질문을 던진 시인은 또 한 단계 허물을 까발린다.
그분은 트럭을 타고 변복을 하여 아수라를 다녀 가신 것이다.
고로 저 운주사에 누워 있는 와불과 못난이 불상들이
그날의 아수라에 굴하지 않고 관음보살을 외친 그들이다.
놀라워라, 그가 운주사 와불을 유비하여
그해 부처님 오신날에는
많은 부처님이 오셨다.
상처를 이토록 자비로 재해석할 수 있는
시인의 시선에 아뿔싸, 나 같은 소인은
그저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이다
이런 시를 읽을 때면 나는
왜 즐거운걸까?
아니,반가운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