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전재완 시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잘 쓴 시는 읽는 맛이 끝내주거든요 때깔고운 사과가 맛도 좋다는 이 바닥 청과시장의 오랜 불문율처럼 제아무리 겉만 삐까번쩍하여도 속을 까보면 니맛도 내 맛도 없는 헛물이라면 이 바닥 청과시장의 예외 없는 공식에도 미상불 예외는 존재하는 법 떼깔과 맛을 고루 갖춘 과일만이 일 등급이라는 품계를 승계받습니다 하물며 내가 쓰고 있는 이 시라는 과일 역시 보기 좋은 겉모양에 더하여 속이 알찬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빚은 맛을 내야 일등급이라는 품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맛있는 시를 쓰려면 도대체 어떤 그릇에다 어떤 맛을 버물려야 맑고 곧은 세상 없는 진품이 만들어질까요 전지를 잘하는 부지런한 농부는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앉아 풀을 벱니다 생각 없이 자란 군더더기말을 속을 줄 압니다 가지치기와 군더더기말만 속아낸다고 모두가 맛있는 일등 과일이 영글어 질까 이게 시와 과일이라는 작물의 경계입니다 정말 맛있는 과일은 존재하지만 맛있는 시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윤기가 반질한 시라도 내용이 성글면 낙과입니다 태풍에 떨어진 낙과일지라도 향긋한 꿀맛이 베이면 그 사과는 세상에 유일한 시 즉 구슬 같은 시가 됩니다 내용과 형식의 구애됨이 없이 울퉁불퉁 못났어도 천아일품 세상에 없는 맛을 낼 줄 아는 시 우린 그런 시를 두고 격은 떨어지지만 무의 세계에서 독창적인 자기만의 세계를 발견하여 세상이란 그림에 잘 녹여 세상에 하나뿐인 진수성찬을 만들었다며 엄지 척을 하는 것 만약 당신이 시 쓰기를 꿈꾼다면 가지치기나 군더더기말을 속는 것도 중요하지만 탐스런 햇살이 시의 태실을 비추어 바람과 구름이 조화를 부려 비가 오면 바람이 되어 바람 불면 비가 되어 풍백우사를 다스릴 줄 아는 존재가 될 때 천지신명이 감응하사 일월성신이 비로소 감추인 모습을 드러내시니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완성되나니 시 한 편을 쓰기가 평생을 살기보다 어려운 까닭은 밤하늘 펼쳐진 점자를 우리가 읽지 못함이다 오렌지나무에 피어오르는 생기를 알지 못함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그 자리지만 사람들은 천차만별 다, 다르기 때문이다 돌다리를 두드리다 영영 돌이 되어버린 시들이 시냇물을 흘러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것을 내 어찌 알리요 내 어찌 시를 알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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